국내 음반시장 표지.제목 비슷 "호세 카레라스 패션"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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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국내 음반시장에 「호세 카레라스 패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테너 호세 카레라스가 유명 기악곡 선율에 가사를 붙여 에라토 레이블로 내놓은 『패션』(Passion.)이 큰 인기를 끌자 필립스 레이블이 역시 호세 카레라스의 아리아 등을 묶은 『패션』(Fashion.)이라는 유사제목의 음반을 내 놓은 것.
지난 2월초 나온 에라토 레이블의 『패션』은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스 협주곡』,브람스의 『교향곡 제3번』등에 새로운 가사를붙여 녹음한 음반.

<본지 2월25일자 12면 보도> 현재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적으로 55만장이 팔려나갔고 국내에서도 발매 2개월만에 2만1천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한편 최근 국내 출시된 필립스의 『패션』은 카레라스가 백혈병으로 쓰러지기 직전 녹음한 최전성기의 목소리를 담은 것.헨델의『울게 하소서』,마르티니의 『사랑의 기쁨』,프랑크의 『생명의 양식』등 유명 오페라 아리아와 이탈리아 민요,크 로스오버 넘버들이 수록돼 있다.
에라토 본사에서 기획된 『Passion』과 달리 『Fashion』은 폴리그램 코리아에서 국내용으로 기획돼 질서 문란이라는지적이 따르고 있는데 폴리그램 본사는 추이에 따라 세계배급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에라토 레이블이 소속된 워너뮤직 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제목은 고사하고 음반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커버 디자인까지 유사하게 꾸민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필립스측은 『잠시 크로스오버에 뛰어든 카레라스의원래 모습이 왜곡될 우려가 있어 20년간의 녹음을 한장으로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며 『아티스트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단색처리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일 뿐』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현재 기획음반에 승부를 걸고 있는 음반계에서는 아이디어와 커버 도용 사례가 부쩍 늘고 있는 실정.지난 94년 LA다저스 구장 공연실황을 담은 3테너 앨범(워너)에 대한 「물타기」작전으로 BMG.EMI에서 각각 축구장을 배경 으로 한 3테너 앨범을 내놓았으나 워너뮤직측의 강력한 항의로 음반을 모두폐기한 적이 있다.따라서『Fashion』이 세계 전역에서 발매될 경우 법정으로 비화할 소지를 안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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