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영세기업에 무료 광고 인쇄 서비스 ‘호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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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부터 김민주양·장승규·유범상·박상진최·윤석군 오상민기자

대학 입시에서 학생의 잠재력과 소질을 심사하는 입학사정관제도가 확대되면서 각종 경진대회에서 독특한 특기 이력을 쌓으려는 중·고생이 늘고 있다. 대원외고 SOOSEMI팀도 그중 하나. 이들은 7월 21~26일 나이지리아 아부자에서 20개국 40개 팀이 참가한 제6회 SAGE(Students for the Advancement of Global Entrepreneurship)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로 출전해 금상을 받았다. 이들이 후배들을 위해 대회 수상 비결을 털어놨다.

◆“상품의 사회 공익 기여도 높여야”=SOOSEMI는 대원외고 2학년 김민주·장승규· 최윤석, 3학년 박상진·유범상 학생 등 선후배 5명으로 구성됐다. SOOSEMI는 팀이 추구하는 이념인 사회기여·조직성·보편성·활기·친환경·작은 매개체·혁신의 영문 순서 약자다.

이들의 사업모델은 맞춤형 광고인쇄대행업. 업종별·분야별로 연관된 광고주와 수요자를 연결시켜 광고를 인쇄·게재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음식점 광고를 요리 동아리가 의뢰한 인쇄물에 싣는 것이다. 대신 요리 동아리는 인쇄물을 무료로 얻을 수 있다.

시민단체·소규모 업체·동아리 등 비용 부담 때문에 대형 미디어에 광고를 내지 못하는 영세 단체에 인쇄물을 편집·출력할 수 있는 웹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장군은 “홈페이지(www.soosemi.co.kr)를 통해 광고주와 수요자를 자동으로 연결해 주는 키워드 연결 프로그램으로 특허를 내고 사업자등록까지 마쳤다”며 “운영 수익 일부를 유엔환경계획(UNEP)과 아프리카 사막화 방지단체인 트리네이션(Tree-nation)에 기부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상을 차지한 나이지리아팀이 사회공헌에서 자신들보다 우위였다고 말했다.

박군은 "나이지리아팀은 비누·화장품 등 생활용품을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 빈민층에 싸게 공급하는 사업모델을 발표했다”며 "발표 때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팀 활동을 담은 사진, 동영상을 보여줘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평했다.

◆“아이디어 구상부터 실행까지 1년 걸려”=사업 구상에서 실행하기까지 1년이 소요됐다. 첫 한 달 동안은 무작정 아이디어 회의만 했다.

그러다 자신들이 잘하는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찾았다. 팀원 모두 학교 신문사에서 취재·편집기자로 활동한 점을 떠올렸다.

유군은 “괜찮다 싶은 아이디어도 현실 적용이나 사업화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 많이 실패했다”며 “실현가능토록 구체화해가는 작업에 손이 많이 갔다”고 털어놨다.

대회가 요구하는 사업의 수익창출, 지속성과 발전, 대중성과 사회공동체 이익, 친환경성과 모범성 등 4개 분야 22개 평가 기준도 고려했다. 그때마다 대학 경영학과 선배나 관련 분야 기업인들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했다. 사업화 후에도 홍보를 위해 뛰어다녔다. 당시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담은 신문 ‘Hot Issue’를 만들어 홍보 효과를 거뒀다. 주문을 받기 위해 일일이 시장 점포를 찾았다. 그 결과 주문 21건, 가입 회원 7000명의 성과를 올렸다.

최군은 “학생이라고 문전박대받기 일쑤였으나 특허출원증을 보여주며 가게 주인들을 설득해 주문을 따낼 땐 고객과의 의사소통 기술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양은 “아이디어를 보완하기 위해 끊임없이 대화하고 직접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며 "앞으로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고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AGE=청소년들에게 경영감각·기업윤리·사회적 책임 등을 심어주기 위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산하 비영리 기관. 청소년들이 자신들이 운영한 기업의 경영 사례와 사회적 가치를 겨루는 대회.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가을에 YBPC라는 이름으로 대회를 열어 한국 대표를 선발한다.

박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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