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적기행>청풍문화재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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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물맑고 산이 곱다는 청풍명월(淸風明月)의 고장 충북제천군청풍면물태리.충주호를 낀 호반로와 위풍당당한 월악산의 산세를 그윽히 바라보며 서있는 청풍문화재단지는 바로 물태리에 있다.
이곳은 충주댐 건설로 청풍면이 물에 잠기게 되자 수몰지역에 있던 여러 유적들을 옮겨와 원형 그대로 복원해 놓은 문화재단지다.수운(水運)이 크게 발달해 서울에서 청풍에 들어오는 돛단배에는 소금이나 절인 생선 따위의 생활필수품들이 실 려왔다.청풍에는 실려온 물건을 가져다 강원도 산골로 돌아다니며 파는 봇짐장수들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청풍봇짐장수」라는 말도 여기서 비롯됐다고 한다.교통의 발달로 문물이 유난히 번성했던 청풍은 일찍이 고려때 군(郡)으로,조선 현종때인 1660년에는 도호부로 승격됐다.
총 1만5천평의 청풍문화재단지에는 민가.향교.관아.석물군(石物群)등이 나누어 배치돼 있어 중원문화를 한눈에 조감할 수 있다.특히 보물급인 한벽루(寒碧樓)와 석조여래입상을 비롯해 팔영루.금남루.금병헌등 고가(古家)들은 운치있는 건■ 물들이다.
중원문화의 발상지인 충주호 주변은 삼국문화가 교차하던 각축장이다.중원문화권은 경주의 신라문화권,공주.부여의 백제문화권,한강유역의 선사문화권,고령.김해 등지의 가야문화권과 더불어 5대문화권으로 꼽히고 있다.중원문화는 삼국문화의 융 화가 그 특징이다. 단지 안의 고가들로는 수몰지역에서 이전된 비화리 고가,황석리 고가,후산리 고가,지곡리 고가가 있다.고가에 들어서면 금방이라도 옛날 삽살개가 짖을 듯하고,마루에 놓인 베틀은 쩔거덩 쩔거덩 거리며 소리를 낼 듯하다.고가 안에는 1천6 백여점의 생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부엌에 놓인 주발,광에 걸린 농기구는 주인의 손때가 방금 전에 묻은 듯이 정겹게 느껴진다.
이밖에도 거석문화를 볼 수 있는 선사유적들과 연자방아,널뛰기를 할 수 있는 튼튼한 널빤지가 나들이의 흥을 돋운다.청풍문화재단지는 가족들과 함께 중원문화의 특징도 살펴보고,충주호의 아름다운 경관도 감상할 수 있는 나들이 코스로 무난 한 곳이다.
청풍문화재단지((0443)-42-7003)입장료는 어른 3백원,어린이는 1백원.
청풍문화재단지에 이르는 길은 호반로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물길로 이어진다.영동고속도로 원주인터체인지를 빠져 나가 원주~봉양~제천~금성~청풍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지름길이다.
이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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