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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쟁점>코미디프로휩쓰는 '외인부대'-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아무나 코미디를 할 수 있다는 발상은 정말 위험천만이다.악극단시절부터 42년 동안 코미디와 함께 살아온 사람으로서 요즘 TV를 보면서 느끼는 감회는 서글프기 짝이 없다.
방송사들은 하나같이 『시대가 변했다』며 이유를 댄다.「세대차」라는 핑계로 멀리하는 것이다.그러나 어느 채널을 돌려도 코미디 프로는 똑같기만 하다.그 얼굴이 그 얼굴에 내용도 비슷한 시트콤 일색이다.늘씬한 모델이나 얼굴이 꽤나 알려 진 탤런트.
가수들이 나와 「스탠딩 개그」나 콩트로 사람을 웃기려들지만 몸에 익지않아 영 낯설기만 하다.
코미디프로그램에 비전문인들이 각광받게 된 1차적인 책임은 방송사에 있다.지나친 시청률 경쟁이 주범이다.젊은층을 겨냥해 단발성 인기를 노리다보니 자연히 「스타」에 치중할 수밖에 없어 코미디언,더 나아가 개그맨조차 이들에게 제 땅을 내줘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마추어들도 정규 코미디프로의 초대손님으로 얼마든지 나올 수는 있다.하지만 정도의 문제다.만약 어느 코미디언이 탤런트와 짝을 이뤄 콩트를 엮는다고 하자.코미디언은 늘 하던 일이니까 잘해도 「본전」이지만 탤런트는 대단한 「변신」이라 고 해 야단법석이다.이때 느끼는 코미디언으로서의 소외감은 상상하기 힘들다. 「코미디는 저질」이란 시청자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질높은 코미디를 보여주기 위해선 비전문인을 기용하는 편법보다 정통 코미디언이나 개그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PD들의 시각전환이 필요하다.그래야만 정통 코미디의 미래가 열린다.
김영아 연예협 연기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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