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샹 기권에 대륙 전체가 흔들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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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 한 사람의 실패로 중국 대륙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정부와 언론이 나서서 그를 위로했고, 인민들은 눈물 흘렸으며, 기업들은 땅을 쳤다. 중국 네티즌은 “선수 하나가 대륙 전체를 흔든 날”이라고 선언했다. 사건의 주인공은 중국 육상 110m 허들 스타 류샹(劉翔·사진)이다. 류샹은 18일 예선 경기에서 고질적인 오른쪽 다리 부상이 도져 경기를 포기했다.

◇최고책임자 위로=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 겸 당 정치국 상무위원(서열 6위)은 이날 국가체육총국에 전보를 보내 “류샹과 쑨하이핑(孫海平) 감독에게 따뜻한 위로와 뜨거운 격려를 전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 부주석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대신해 올림픽 전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시 부주석은 위로 전보에서 “중앙의 지도자 동지들은 류샹의 부상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그가 제때 치료해 빨리 회복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하고 “류샹이 부상으로 인해 경기를 포기한 것에 대해 모든 사람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부담을 덜고 치료에 전념해 부상을 극복한 후 다시 조국을 위해 더 큰 영예를 쟁취해 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국가 최고책임자가 한 선수의 부상에 대해 이처럼 직접적이고 공개적인 관심을 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전보를 전해 받은 류샹과 쑨 감독은 깊이 감동했다고 국가체육총국 관계자는 전했다.

◇언론들 사설 발표=중국 관영 방송국인 CC-TV는 가장 비중 있는 뉴스 프로그램인 오후 7시 신원롄보(新聞聯播) 시간을 통해 시 부주석의 전보 내용을 상세히 전한 뒤 곧바로 논평을 발표했다. CC-TV는 논평에서 “우리는 류샹이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절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며 “류샹이 하루빨리 회복해 다시 트랙 위에서 비상(飛翔)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기관지인 북경청년보도 사설을 통해 류샹의 포기에 대한 이해와 그에 대한 지지, 격려를 보냈다. 광명일보 산하지인 신경보(新京報)도 사설을 통해 류샹을 격려했다.

◇최소 5000억원 손해=금메달이 하나 날아가자 최소 5000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현재 류샹을 모델로 쓰고 있는 기업은 코카콜라, 비자, 나이키, 교통은행, 롄샹(聯想), 중국 우정국, 중국 이동통신, 핑안(平安)보험, 캐딜락 등 모두 17개 업체다. 하나같이 중량급 기업들이다. 이들은 이미 류샹을 내세운 광고로 5억 위안(약 750억원)을 지출했다. 이 가운데 류샹에게 지급된 모델료는 약 1억5000만 위안 정도다. 편당 평균 1000만 위안꼴로 모델료를 챙긴 셈이다.

문제는 이들 업체가 류샹의 금메달 획득을 기정사실화하고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대대적인 광고 프로그램을 제작한 것.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19일 중국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류샹의 경기 포기로 인한 기업의 손실액은 최소 30억 위안(약 4500억원), 류샹 개인의 손해액은 약 1억 위안(약 15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암표상들도 낙담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암표상은 “류샹이 결선에 진출했다면 입장권 한 장에 최소 8000위안(약 120만원)은 받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800위안에도 표를 찾는 사람이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류샹(25)=남자 110m 허들 최강자로 군림해 온 중국의 육상 영웅. 류샹은 19세 때인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트랙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으며 이후 세계 대회를 석권해 왔다. 키 1m89㎝, 몸무게 84㎏의 건장한 체격에 준수한 외모까지 갖춰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다. 농구 스타 야오밍(姚明)에 이어 ‘가장 돈 많이 번 중국 스포츠 선수’ 2위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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