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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 번지는 옥토버 서프라이즈 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미국 워싱턴에서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10월의 충격)’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전쟁을 둘러싼 국제정치의 불안정이 잠복했던 우려를 수면 위로 부상시킨 것이다.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 진영의 한 관계자는 18일 “캠프 내에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옥토버 서프라이즈는 미국의 대선(11월 4일) 직전인 10월 중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충격적인 뉴스가 터지는 현상을 말한다. 과거의 예를 보면 주로 군사작전이나 외교 정책에 관련한 뉴스가 많았다. 집권 세력에 유리한 경우가 다수였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2004년 10월 말에는 9·11 테러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오사마 빈 라덴의 영상 테이프가 공개됐다. 국민적 관심은 다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주창한 ‘테러와의 전쟁’으로 쏠렸다. 1992년 대선을 나흘 앞두고선 미국이 이란에 불법으로 무기를 판매한 후 대금 일부로 니카라과 콘트라 반군을 지원한 ‘이란-콘트라 스캔들’의 불똥이 레이건 정부의 캐스퍼 와인버거 국방장관까지 옮겨 붙었다. 빌 클린턴을 상대하던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의 상승세가 크게 꺾였다. 80년에는 이란에 억류당했던 미국인 인질 52명이 지미 카터 대통령 재임기간 중에 석방되지 못하고 대선에서 승리한 로널드 레이건 후보의 취임식 날 풀려 레이건을 위해 일부러 석방 시기를 조절한 게 아니냐는 논란을 낳았다.

오바마 진영 관계자는 올 대선에서 가장 우려되는 옥토버 서프라이즈로 미국 내 테러를 들었다. “제2의 9·11 테러가 일어날 경우 유권자들이 ‘역시 지금은 강력한 외교 안보 리더십을 갖춘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바마가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를 앞서고 있지만, 외교 안보 분야에 대한 유권자들의 신뢰는 매케인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일부 언론들은 또 이스라엘의 독자적인 이란 침공, 미국과 이란과의 대립 격화, 빈 라덴의 전격적인 체포, 미국과 러시아 간 신냉전 구도 형성으로 인한 국제적 갈등 고조 가능성 등을 옥토버 서프라이즈로 언급했다. 미국은 최근 이란의 위성 운반용 로켓 발사에 대해 “그런 기술은 탄도 미사일 개발에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오바마의 정신적 스승이었던 제레미아 라이트 목사가 10월 중 오바마와 관련된 책의 출판을 계획하고 있어 오바마 진영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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