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연속 적자 땐 코스닥서 퇴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코스닥 상장기업은 앞으로 4년간 연속 적자를 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듬해에도 이익이 나지 않으면 상장 폐지된다. 대신 소액주주에게 지분의 10~30%를 분산시켜야 상장을 허용하던 기준을 10~25%로 낮추기로 했다. 상장 문턱은 낮추되 퇴출 요건은 강화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이 같은 내용의 ‘상장·퇴출제도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년간 공시의무 위반으로 벌점 15점 이상을 받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지정 후 다시 고의(중과실)로 인해 공시의무를 어기거나 15점의 벌점을 받은 경우 관리종목 해제 후 같은 이유로 다시 지정되면 퇴출 대상이 된다.

횡령이나 배임·분식회계 사고가 나면 거래소에서 심사를 통해 상장 폐지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반면 상장 문턱은 낮췄다. 기업 규모 요건을 자기자본(거래소 100억원, 코스닥 30억원) 외에 시가총액(거래소 200억원, 코스닥 90억원) 요건도 추가해 하나만 충족하면 상장을 허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장외기업이 상장기업 인수를 통해 우회상장하려면 자기자본이익률(ROE) 10%(벤처 5%) 또는 당기순이익 20억원(벤처 10억원), 자기자본 30억원(벤처 15억원) 등의 요건도 반드시 총족하도록 했다.


‘껍데기 기업’ 솎아내 동맥경화 풀기

뉴스분석 금융위원회가 상장회사의 진입·퇴출 규정을 손보기로 한 것은 주로 코스닥시장의 ‘동맥경화’를 풀기 위해서다. 장사가 안 돼 껍데기만 남은 회사가 퇴출이 안 되다 보니 계속 주인만 바뀌면서 주가 조작이나 횡령사건에 이용돼 왔다. 반면 장래성이 있는 회사는 상장하고 싶어도 까다로운 규정에 걸려 진입을 못했다.

5년 연속 적자를 낸 기업은 퇴출시키도록 한 규정이 신설된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적자를 내더라도 외부에서 돈을 끌어다 자기자본만 모두 까먹지 않으면 퇴출을 모면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사채업자와 짜고 장부상으로만 증자를 하는 사례도 나왔다. 올 3월에도 40여 개 기업이 퇴출 위기에 몰렸으나 제3자 배정과 같은 편법 증자를 통해 29개사가 퇴출을 피했다. 앞으론 돈을 끌어와 자기자본을 확충해도 5년 연속 적자를 내면 퇴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새 규정이 당장은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연속 적자 조항을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도 2~3년만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했지만 기존 투자자의 피해를 이유로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내년부터 새 규정을 적용하더라도 실제 퇴출이 이루어지는 건 2013년에 가서야 가능하다. 그동안엔 껍데기만 남은 적자기업이 계속 상장회사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횡령·배임·분식회계 기업 퇴출을 위한 적격성 심사도 얼마나 내실 있게 이뤄질지 의문이다. 강제 조사권이 없는 증권선물거래소가 담당하는 데다 규정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최현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