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제1야당>下.국민회의 대선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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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민회의 사람들은 요즘 만나면 다음 대통령선거 득표계산에 분주하다.크게 봐서 『호남표 결집만 제대로 이루면 찬스가 온다』는 쪽과 『처음부터 호남표 외에 플러스 알파작전으로 나가야 한다』는 양론이 있다.
전자(前者)는 13대 대통령선거 때의 4자 대결 필승론이 뿌리다.그만큼 유래가 깊다.박지원(朴智元)기조실장은 11일 『원적(原籍)기준으로 호남 출신 유권자가 1천1백만명이고 이들의 지지부터 확고히 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있다』 고 전했다.
이는 총선 개표결과 호남표조차 일부 이탈하는 현상에 크게 자극받은 것같다.국민회의 지도부는 영남권 사고지구당의 경우 호남출신 현지 인사에게 위원장직무대리를 맡겨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고위 당직자는 『현지 인사가 위원장을 맡으니 호남 향우회 등과 연결이 안돼 호남출신 유권자 비율만큼도 표가안 나왔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민회의가 이번 총선에서 올린 영남권 득표율은 모두 한자리수.대구 1.4%,경북 1.6%,경남 4.2%,부산 6.4% 등이다.
당이 자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이 지역의 호남출신 유권자 비율보다도 3~10%포인트 낮다.
이러한 주장은 『안되는 것은 깨끗이 포기하자』는 현실론이다.
정동채(鄭東采)비서실장은 『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 결정 등 변수가 많으므로 일단 고정 지지표를 결속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개석상에서는 플러스 알파론자가 더 많다.한광옥(韓光玉)사무총장은 호남표 위주의 득표전략에 대해 『고민을 반증할뿐 현실화하기 어려운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동교동 직계인 남궁진(南宮鎭)의원도 『오그라든 발상』이라고 반대의사 를 밝혔다. 플러스 알파론자들은 『힘들더라도 지지기반 확대에 노력해야 한다는 게 15대 총선의 교훈』(李相洙의원)이라고 말한다. 이협(李協)의원은 보다 구체적이다.『솔직히 우리 지지기반은호남표와 서민표다.13대 총선에서의 비약이 좋은 예다.3당합당에 맞서 치른 14대 선거 때는 여기에 일부 비호남 야당표가 가세해 3자 결합형을 이뤘다.이번 선거에서는 세 부문 모두 일정부분 누수(漏水)가 있었다.이를 복원하는 게 최대 현안이다.
』 지난해의 분당(分黨)으로 비호남 야당표를,정책 노선상의 모호함으로 서민표를,호남출신 유권자들에 대한 투표 동기부여의 미흡으로 호남표를 조금씩 잃다보니 이번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이다. 이는 김대중(金大中)총재도 시인한 부분.그는 지난달 20일광주연설과 지난 7일 특보회의에서 총선부진의 원인중 「고정표의안이한 태도」와 「야권 분열」을 두세번째 요인으로 짚었다.
김원길(金元吉)의원은 구체적 대안으로 『정책결정 등에서 서민정당의 면모를 뚜렷이 하자』고 주장했다.그는 『호남표+서민표의결합형태로도 단독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밝혔다.
조세형(趙世衡)부총재는 이와 다르게 「범야권 세력연합론」을 개진했다.플러스 알파를 충청표로 잡자는 게 그의 주장의 요체다. 국민회의가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는 제1야당의 존망에도 중요한 변수지만 야권통합등 주요 정치적 쟁점들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개원 협상이 마무리되면 이 논의는 백화제방(百花齊放)식으로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그러나 결국은 김 대중총재의결심에 달렸다.金총재의 장고(長考)결과가 주목된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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