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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主들 그룹내 계열사 두고 광고 '공개입찰' 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장사 앞에는 형제도 없다.
기왕이면 동생네 가게의 술을 사주던 형님도 경기가 예전같지 않고 서비스도 옆집이 낫다 싶으면 슬그머니 단골집을 바꾼다.
형님만 믿고 그저 편하게 앉아 매상을 올리던 동생은 졸지에 덩치 큰 단골을 빼앗기고 난후 피눈물을 흘리게 된다.요즘 광고업계는 이보다 더 치열하다.
지금까지 대기업의 광고는 거의 그룹내 계열사 광고회사가 도맡아 왔다.실력이 다소 모자라도 「주머니 돈이 쌈짓돈」이란 그룹회장님의 뜻을 받들어 계열사에 일감을 도맡겨 왔다.하지만 갈수록 시장싸움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엄청난 「생돈」 을 들인 광고가 효과가 별로다 싶어지자 자기 목이 위태로워진 대기업 광고주들이 비록 적군(敵軍)일 망정 「실력있는 남」한테 광고를 맡기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2년전 삼성전자의 냉장고광고(제일기획에서 웰컴으로)로부터 비롯된 이른바 「하우스 에이전시 파괴」가 최근들어 갈수록확산되고 있다.지금까지는 광고를 남의 식구한테 넘기는 일이 대개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단일품목 위주로 이 뤄져 왔으나 최근들어서는 그룹자체의 PR광고나 주력제품 광고들까지 공개입찰에 부쳐지고 있다.광고업계에서는 『바람난 대기업 광고주들』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한화그룹은 그간 하우스 에이전시인 ㈜한컴이 대행해왔던 연간 50억원대 그룹PR광고의 신규대행사를 찾기 위해 최근 경쟁 프리젠테이션에 부쳐놓았다.이달 하순께 경쟁에 나설 광고업체들이 마련한 광고시안등에 대해 본격심사가 실시될 예정이 며 현재 코래드.제일기획.㈜거손.나라기획등이 프리젠테이션 참여업체로 지명돼 있다.
업계에서는 그룹전체의 방향과 이미지를 이끌어 가는 그룹PR 광고가 그룹내의 하우스 에이전시를 떠나 처음으로 경쟁입찰에 부쳐진 것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화그룹 문화실의 강기수 대리는 『새로운 시장환경에 대응,좀더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모습의 그룹이미지와 광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극제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광고물량이 60억원대인 LG패션의 티피코시 광고도 지난달 경쟁 프리젠테이션 절차에 들어갔다가 하우스 에이전시인 LG애드측의 반발로 최근 일단 연기됐다.
LG패션은 대신 새로운 광고 아이디어를 구하기 위해 내주부터「티피코시 광고 아이디어 공모전」광고를 대대적으로 낸뒤 여기에서도 마땅한 광고컨셉트가 나오지 않으면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재개할 계획이다.
LG그룹의 경우 지난해 8월 각각 20억원대인 LG화학의 뜨레아(화장품),우드륨(바닥장식재)광고를 경쟁에 부쳐 오리콤을 새로운 대행사로 선정한 바 있다.올해초에는 제일기획이 대행하던30억원 규모의 신세계백화점 PR광고가 경쟁을 거쳐 웰컴으로 옮겨갔다.또 하이트맥주에 고전하던 OB맥주도 고심끝에 넥스맥주광고(연간 80억원)를 오리콤에서 금강기획으로 넘겼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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