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의 明暗 비정규직] 下. 외국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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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선진국에도 비정규직 근로자는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임금 등의 근로조건이 정규직에 비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되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도 함께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파트타임 근로자에게 상용근로자와 똑같은 대우를 하도록 법에 명시하고 이들을 고용할 때 근로시간.급여조건 등을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또 파트타임 근로자가 정규직을 희망할 경우 정규직 자리가 나면 우선권을 주게 돼 있다.

정규직이 파트타임을 희망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우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유럽에선 시간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정규직 근로자들이 파트타임을 자원하는 경우도 많다.

영국은 2000년 5월 파트타임 근로자에 대한 차별금지법을 제정했다. 임금은 물론 휴가.출산수당.연금 가입 등에서 정규직 근로자와 같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 경제적 이유로 정리해고를 할 때 파트타임 근로자라는 이유로 차별할 수 없게 돼 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해고가 자유로운 분위기다. 그러나 최근엔 주별로 파트타임 근로자에게 실업보험 수급 자격을 주는 등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한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스페인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동자 지위법 개혁'조치가 나오면서 모든 형태의 임시직 고용 계약을 무제한 허용했다. 그러나 이는 93년 실업률이 24%까지 치솟는 등 심각한 실업 문제를 낳았다. 기업들이 임시직 비율을 급격히 높였다가 경기가 침체하자 이들을 대거 해고했기 때문이다.

결국 노.사.정은 97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앙노사협약을 했다. 임시직의 비율을 축소하는 한편 정규직의 해고보상금을 줄이는 등 해고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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