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함께>"중국의 수학"함께 펴낸 김용운.김용국 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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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일반인들에겐 골치만 아픈 수학.더욱이 중국의 수학이라면 대부분 별다른 관심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김용운(金容雲.69.사진),김용국(金容局.66)형제교수가 펴낸 『중국의 수학』(민음사刊)을 보면 수학도 한 지역의 특성과 풍토가 고스란히 담긴 문화적 산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수학은 국경을 넘어선 보편적인 학문입 니다.그러나 표현하는 형태는 절대적일 수 없어요.예술.과학.교육 등 다른 문화요소와 마찬가지로 수학은 각 시대.사회의 총체적 문화로부터강한 규제를 받아왔던 탓이죠.』 이 책은 문화사적 시각에서 고대부터 당(唐).송(宋).원(元).명(明).청(淸)을 거쳐 근대까지 중국 수학의 전개과정을 해부하고 있다.수학의 내부 발전보다 주자학.역학.관료제.외국 선교사의 영향 등 당대의 사회.
문화 환경과 수학이 맺는 관계에 초점을 맞춰 일반 독자들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게 했다.
『한국인의 눈으로 본 중국 문화의 특성이라고 이해해도 무리는없어요.일본에서도 중국 수학을 이처럼 파고든 경우는 없어 자부심도 느껴요.』 이번 책은 두 교수의 첫번째 공동작이 아니다.
이미 19년 전인 지난 77년에 나온 『한국의 수학사』(열화당刊)를 포함,모두 10여권의 책을 함께 펴냈다.연구에 동참한 기간도 25년.『중국의 수학』도 『한국의 수학사』탈고 직후 바로 자료수집에 착수,5년 전부터 집필에 들어갔다.
『책구성과 아이디어는 형이,글쓰기는 동생이 주로 맡았어요.일종의 역할분담인 셈이죠.』 그들은 형이 직관적.감성적인데 비해동생은 논리적.분석적인 성격이라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다고한다.또 수학에서 출발한 형이 한.일문화 비교 등 사상적 측면에 관심이 많은 반면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한 동생이 수학을 업(業)으로 택한 사실도 흥미롭다.
『중국수학은 중국인들처럼 현실적.실제적입니다.한마디로 실무 관리용의 실용수학이 주류였지요.또 과거의 수학서를 권위화해서 마치 경전을 대하듯 주석하고 해설하는 정도에 그친 경향도 있어요.수치계산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논증성.체계성을 외면,서구와는달리 논증수학이 발달할 여유가 없었어요.』하지만 저자들은 중국의 수학을 폄하지 않는다.
단지 상이한 문화환경에 따라 서구와는 다른 모습을 펼쳐왔다는시각이다.이런 의미에서 그들은 프랑스 건축가 A 지보데가 말한『수학을 모르는 자,그리고 수학밖에 모르는 자는 모두 학문의 문에 들어설 자격이 없다』는 말에 공감한다고 한다.수학과 다른학문은 결국 하나로 통한다는 말이다.
한편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두 형제는 올해부터 서울서초동 수학문화연구소에서 함께 연구를 하게 됐다.그동안 목포대에 재직했던 아우가 올해 정년을 맞아 서울로 올라왔기 때문이다.한양대 명예교수인 형도 올초 부산 동명정보대 석좌교수에 선임돼 2주일에 한번씩 강의에 나가고 있다.형제는 『동서양 철학과 수학의 관계를 천착할 수리철학사 저술에 남은 힘을 다하겠다』고 계획을밝혔다. 70대를 눈앞에 둔 두 형제의 학구열과 우애가 가이 없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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