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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청소년 단체에 가입시키기 전에 살펴봐야 할 몇 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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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과 토요일이 되면 말끔하게 단복을 차려입은 스카우트, 아람단, 해양단 대원들의 모습을 보고 '나도 저거 해 볼래'하며 호기심을 내비치는 자녀가 있다면 부모 입장에서 청소년 단체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아이가 하고 싶어 한다고 해서 무작정 가입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가입 전에 반드시 생각해 봐야할 것들이 있다. 또한 연간 활동비만 내면 다양한 체험학습과 리더십 트레이닝 등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활동이 아이의 교육에 도움이 될까? 혹은 활동 내용이 내 아이와 관련이 없거나 다소 위험하지는 않을까? 라는 고민을 한 번 쯤 해보았던 부모라면 이 글이 도움이 될 것이다.

1. 우리 학교 청소년 단체의 종류와 주요 활동

18학급만 되어도 각 학교에서는 청소년단체를 하나쯤은 운영한다. 학교별로 운영하고 있는 청소년 단체의 종류와 개수가 다르며 청소년 단체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여러 단체들 중 아이에게 적합한 단체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어떤 목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 단체인지와 장단점은 무엇이고 자녀가 가입하고자 하는 목적에 맞는지 아이와 함께 정확하게 알아본 후 가입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청소년 단체를 주관하는 대표적인 연맹에는 한국청소년연맹, 한국스카우트연맹, 한국해양소년단연맹, 한국걸스카우트연맹, RCY 등이 있고 각 단체의 공통적인 활동은 학교에서 경험하기 힘든 야영 잼버리(스카우트), 국제유스포럼, 봉사활동 등이며 이와 더불어 앞서 제시한 활동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초 훈련인 응급처치, 매듭법, 수기, 아마추어 무선 등을 배우는 활동을 교육위탁업체 강사나 교내집회활동 중 담당교사를 통해 한다.

2. 청소년 단체 선택 요령

- 학교에서 가장 오래되거나 가장 많은 대원이 있는 단체를 선택하면 실패하지 않는다.

청소년 단체 역사 상 가장 큰 단체는'RCY'이고 그 다음은 2007년도에 100주년을 맞이했던 '스카우트연맹'과 스카우트보다 2년 늦게 만들어진 '한국걸스카우트연맹'이다. 그 밖에 한국에서 처음 설립된 지 20여년이 된 '해양소년단'과 우리나라에서만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한국청소년연맹'도 인지도 있는 청소년 단체이다.

스카우트의 경우 역사가 깊고 가입국이 매우 많아 국제화된 단체이기 때문에 전국, 더 나아가 전 세계 대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한국잼버리, 세계잼버리나 아∙태잼버리 등 큰 대외 행사를 주최한다. 그러므로 스카우트에 가입하면 세계 여러 나라 어린이들과 캠프를 하며 우정을 나눌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다른 단체들과 차별화되는 장점이 된다. 연맹의 역사는 국제적 행사나 교외 행사 차원에서 참고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대부분의 청소년 단체 활동은 주로 학교급 단위로 이루어지는 활동들이 대외 활동보다 훨씬 많다. 그러므로 같은 맥락으로 교내에서 운영되는 단체 활동의 질은 학교 내에서 해당 단체가 얼마나 오래되었고 어떻게 정착되어 왔는지를 참고해야 한다. 한 학교에서 활동을 시작한지 오래된 단체 일수록 여러 해를 거치며 시행착오를 거듭하여 아이들의 활동이나 운영면에서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아이가 가입할 청소년단체를 선택이 고민이라면 우선 해당 체가 학교에서 운영된 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이 활동 대원수다. 해당 청소년 단체에서 활동하는 대원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가입하기를 선호하고 인기가 많다는 것이다. 아무리 유명하고 역사적으로 오래된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어떤 이유에서든 활동하는 아이들을 부러워하거나 가입을 선호하지 않는다면 운영면이나 활동면에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운영비 면에서도 인원수가 많을수록 연간 활동비가 저렴해지고 업체에 위탁하는 행사를 주관할 때도 인원수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기 때문에 인원수가 많은 단체 일수록 합리적인 가격에 보다 질 좋은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사실상 청소년 단체 운영도 학교급 차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적, 물적 지원을 무시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학교의 장인 교장선생님이 어느 단체를 더 많이 지원하고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교장선생님의 관심은 단체 운영의 간접적인 지원을 의미한다. 지도 교사의 입장에서도 좀 더 신경 쓰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활동 내용면에서 더 알차 질 수밖에 없다.

3. 신입대원 모집 시기

○ 한국(걸)스카우트 연맹
가입 시기에 따라 다르게 불린다.
스카우트연맹은 나이대별로 대원 명칭을 비버스카우트(유치원)-컵스카우트(초)-스카우트(중)-벤처스카우트(고)-로버스카우트(대)라 부르고 걸스카우트연맹도 스카우트연맹과 같이 나이대별로 초록별대(유치원)-개나리대(초등학교저학년)-진달래대(초등학교고학년)-소녀대(중)-연장대(고)-연구대(대)로 부른다.

두 연맹의 신입대원 모집기간은 매년 학기 초인데 한번 가입을 하면 활동을 하다가 중간에 전학을 가거나 그만두었다 다시 시작해도 재가입을 할 필요가 없다. 가입 시기는 제한이 없으나 초등학교의 경우 6학년때 신규 대원으로 가입을 할 경우 대원의 공로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졸업시 연맹에서 수여하는 표창장을 받을 수 없다.

○ 한국청소년연맹
보편적으로 아람단이라고 알려져 있는 한국청소년 연맹은 사실 신입대원의 연령에 따라 아람단(초)-누리*한별단(중*고생)으로 편성되어 있다. 초등학교 때 가입한 적이 없어도 중학교 때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초등학생 대원은 3-4학년 때만 신입대원을 받고 중학생 대원은 1학년 때만 신입대원을 받는 경우가 많으므로 신입대원 모집 시기는 미리 알아두어야 한다.

4. 청소년 단체에 가입하는 방법

청소년 단체를 한번 맡으면 그 교사는 계속해서 그 업무를 맡기도 한다. 그래서 매년 같은 활동을 할 수도 있고 전혀 다른 활동을 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청소년단체의 연간활동계획을 담당교사 1인이 짜기 때문이다. 활동내용과 장소 등이 교사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교사가 올해 청소년 단체를 담당했는지, 연간활동을 어떻게 계획했는지를 청소년단체 학부모총회에 참석하여 알아본 후 가입을 결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본격적인 연간 교육 활동을 시작하기 전 3월 말에서 4월 초에 청소년단체 학부모총회를 이 때 꼭 참석하자. 그래서 지도교사의 얼굴도 익히고 무엇보다 다음 다섯 가지 사항을 꼭 확인해보자

① 연간교육활동계획안에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만 채워진 것은 아닌지
② 작년과 올해 활동이 겹쳐지지는 않는지(3년 연속 같은 활동을 하는 학교도 많다)
-전년도 연간활동계획표는 학교 홈페이지에 있으므로 미리 출력해서 올해와 비교해볼 것
③ 부득이하게 참여하지 못한 활동에 대해서/전학을 가는 경우 환불을 해 주는지
④ 작년 진급자(6학년 졸업자나 탈퇴대원)의 단복을 얻어 입을 수 있는지
-연간활동비와 등록비, 보험비로 들어가는 비용이 20만원이라면 그 외 부수적으로 가입 초기에 들어가는 단복이나 관련 악세사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번 사면 탈퇴할 때까지 계속 입는다고 생각하면 비싼 비용이 아닐 수도 있지만 1년만 입고 그만두겠다고 할지 모르니 먼저 선배들에게 물려 입는 방법도 고려해보면 좋다.
⑤ 모든 활동을 운영하기 앞서 담당 교사가 현장답사를 미리 다녀올 것인지

위의 다섯까지 사항에 대해서는 꼭 물어보아야 한다. 이 때 담당 지도 교사가 명쾌한 답변을 해주지 못한다면 과감하게 등록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

5. 현행 우리나라 청소년 단체의 현 주소

- 우리 학교 청소년 단체 지도자와 대원들은 누구인가?

얼마 전 남교사들의 사적인 모임에서 선배교사들에게 자녀를 청소년 단체에 가입시키겠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선배들이 가입을 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왜냐하면 사실상 청소년 단체 활동의 주된 목적인 '봉사정신 함양'이 사라진지 오래이며 학부모와 학생들이 대부분의 청소년 단체를 '체험학습 대행단체'로 인식하고 있어 여러 군데로 놀러 다니기 위해 가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청소년 단체 활동을 현장에서 보면 운영 취지가 변질되어버린 단체들도 많을 뿐만 아니라 단체를 운영하는 교사들 또한 실제적으로 단체를 지도하는 교사 수는 적고 청소년 단체 운영관련 승진점수를 따기 위해 이름만 올리고 활동은 제대로 안하는 형식적인 지도교사가 많아 소수의 교사가 많은 아이들을 맡아 지도하고 데리고 다니는 것이 안전상 불안하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고 하였다.

청소년 단체는 7~80년대만 해도 학급의 소수 똘똘하고 선택받은 아이들의 모임이라 여겼다. 그래서 청소년 단체에서 활동한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이 강했고 학교 임원들 자녀나 학급 임원이라면 당연히 가입하는 통과의례라고 은연중에 인식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요즈음은 반대로 아이가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너무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혹은 좀 더 아이가 의젓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이의 성격이 폭력적이거나 게을러서 성격을 고쳐보려고, 선배 아이들과의 인간관계를 다져놓기 위해서, 아이와 함께 보낼 시간이 부족한 부모가 아이를 놀러 다니게 하기 위해서 가입 시킨다. 이처럼 청소년단체는 설립목적과는 전혀 다른 목적으로 변질된 지 오래이다.

- 청소년 단체를 이끄는 주인은 누구인가?

남자들은 남자교사라는 이유로 대부분 청소년 단체를 맡게 된다. 원래 각 단체 지도자들은 일정한 훈련 과정을 거쳐야 지도 자격이 나오게 되는데 청소년 단체의 경우 교사들이 선호하는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남자라는 이유로 혹은 젊다는 이유로 단체에 대한 사전 경험이나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담당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 단체 업무를 맡게 되면 무엇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1년 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교사들은 지도의 부담을 덜기 위해 사설업체에 의뢰하여 활동 계획을 세우게 되고 이들 업체들은 단체의 성격이나 행사의 취지보다는 아이들에게 흥미가 될 만한 것이나 이윤이 많이 남는 프로그램위주로 운영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지도 교사 또한 단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해 왔던 행사 위주로 연간 계획을 짜게 된다. 예를 들어 아이들의 선호도가 높은 행사였지만 단체 운영 취지와는 걸맞지 않는 여름철에 '물놀이 가기'와 겨울철에 '눈놀이 가기' 일정을 꼭 넣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스카우트 활동을 예를 들면 대원들에게 자립심과 스카우트 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1년에 1회 1박2일 뒤뜰 야영을 행사를 준비하는 데 학부모 임원진에서 내 아이가 고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학교 운동장에서의 1박2일 뒤뜰야영의 고생스러움 대신 콘도에서 편하게 하룻밤 자고 뷔페로 식사를 하자고 하고 아이들의 장기자랑 대신 댄스팀을 초청해 공연을 관람하는 것으로 의견을 내는 것이 현실이다. 설사 산이나 캠프장에서 야영을 한다고 해도 학부모들이 몰래 와서 아이들 텐트 옆에서 밥과 국을 대신 끓여서 먹여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주관이 뚜렷하지 않은 담당교사가 단체를 맡고 학부모의 입김이 세서 단체 운영에 개입이 많은 경우 해당 청소년 단체에 가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러한 청소년 단체의 연간계획을 보면 한 달에 1~2회는 주말을 이용한 체험활동 계획이 세워져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그냥 놀러가는 것이다. 여름에 하게 되는 바나나보트, 산악바이크(오토바이), 서바이벌 게임 등은 교사가 주최하는 것이 아닌 거의 대부분이 사설업체와 학부모들의 의견이다. 음식점이나 숙박업으로 허가를 받아 바이크와 서바이벌, 바나나 보트 등의 수상레져까지 하는 불법 사설업체가 전국 수상레져산업의 90%임에도 학부모들과 업체들은 그 위험성을 간과하기에 매년 청소년 단체에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지도 모른다.

현재 우리 아이가 청소년 단체 활동을 하고 있는 부모나 아이의 청소년 단체 가입으로 고민하고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본인의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청소년 단체 운영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내 아이가 청소년 단체 활동에 참여하여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얻게 되는지와 부모 입장에서 왜 아이를 해당 단체에 가입시키려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칼럼을 쓰다 보니 본의 아니게 현행 우리나라 청소년 단체 운영 실태를 너무 비판적으로 바라 본 것 같지만 지도자의 역량도 뛰어나고 운영 및 활동의 질이 매우 높은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모든 청소년 단체를 색안경 끼고 부정적으로 보기 보다는 본인의 의견이 부모로서 청소년 단체 가입 시 올바른 선택을 하는데 참고 지침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범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