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장·서울시의장 주민소환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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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흥 시민들은 9개월째 이연수(한나라당) 시장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있다. 이 시장이 지역 개발사업과 관련해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됐기 때문이다. 그는 올 5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선고는 22일로 예정돼 있다.

그러나 이 시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사퇴하지 않을 태세다. 대법원에서도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시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에 따라 일부 시흥 시민 사이에서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리지 않고 이 시장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주민소환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구속된 김귀환(한나라당) 서울시의회 의장에 대한 주민소환도 추진되고 있다. 광진구가 지역구인 김 의장은 시의회 의장 선거를 앞두고 동료 시의원 30명에게 모두 3900만원을 뿌린 혐의로 지난달 15일 구속됐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하남시에서 주민소환 투표가 처음 실시된 이후 약 1년 만에 두 번째 소환 투표가 성사될지 주목된다.

◇개인 비리가 소환 사유=지난해 김황식 하남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는 ‘광역 화장장 유치’라는 정책이 문제였다. 따라서 주민소환이 소신 있는 정책 결정을 어렵게 한다는 논란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개인 비리’라는 점에서 양상이 다르다.

시흥시에선 시흥YMCA를 주축으로 8개 지역단체가 참여해 ‘시흥시장 주민소환운동본부’를 구성했다. 이들은 지난달 21일 시흥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주민소환 대표자 증명서를 받고, 본격적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다음달 19일까지 4만1042명(유권자의 15%) 이상의 서명을 받아 시흥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다는 목표다. 운동본부 최준렬 상임대표는 “현재까지 2만5000명 이상이 서명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광진구에선 광진주민연대와 광진의정참여단 등 지역 단체와 야당이 연합해 주민소환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일부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도 김 의장에게 자진 사퇴를 종용하고 있다. 하지만 김 의장은 아직까지 요지부동이다.

광진주민연대 김승호 회원사업국장은 “이달 말까지 김 의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다음달 주민소환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뒤 주민소환을 위한 법적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명 인원·투표율이 관건=주민소환이 성사되려면 법적 서명 인원과 투표율을 채우는 게 관건이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 정치 공세로는 주민소환이 불가능하다.

시흥시에선 선관위에 등록하지 않은 사람이 불법으로 서명운동을 벌이다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김 의장의 경우 광진 제2선거구(능동·구의2동·광장동·군자동) 유권자의 20%인 1만4469명의 서명이 필요하다.

주민소환 투표율은 33.3% 이상이어야 한다. 대선·총선처럼 전국적인 선거가 아닌 지역 단위의 투표에선 웬만해선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지난해 하남시장에 대한 주민소환도 투표율이 미달해 무산됐다.

정영진·주정완 기자

◇주민소환제=선거로 뽑은 공직자를 주민의 투표로 물러나게 하는 제도. 지난해 7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에 대해 도입됐다. 투표를 청구하려면 광역시·도지사는 유권자의 10%, 기초시장·군수·구청장은 15%, 지방의회 의원은 20% 이상의 주민 서명이 필요하다. 유권자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고 유효투표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주민소환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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