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 애타는 덕이지구 조합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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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덕이지구 내 아파트 건설 공사 현장. 4872가구가 들어설 65만여㎡의 부지 위에선 골조 기초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공사는 현재 부지 조성이 마무리되는 등 전체적으로 15%가량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2010년 말까지 건설이 완료되고, 입주가 시작된다. 70%가량이 분양을 마쳤으며, 현재 추가 분양 중이다.

하지만 법원이 고양시에 대해 “덕이지구 개발계획 인가를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합원 총회 의결을 안 거치고 대의원회 의결만을 거쳐 법적 요건이 미비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입주 예정자 박대웅(39)씨는 “아파트 분양 후 4700여만원의 계약금까지 치렀는데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고 망연자실해했다. 2200여 명의 회원이 가입한 덕이지구 입주 예정자 인터넷 카페도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고양시와 시공사, 조합 누구도 못 믿겠다” “확정 판결 이전에 계약금을 돌려받고 계약을 해지하고 싶다”는 글들이 올랐다. 반면 “아파트 조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니 조용히 기다려 보자”는 신중한 의견도 많았다.

골조 기초 공사가 한창인 고양시 덕이택지지구. 법원이 최근 절차상의 위법을 이유로 실시계획 인가를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려 입주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사진=최승식 기자]

◇“판결 늦게 알려줬다” 불만=언론 보도로 판결 내용을 알게 된 입주 예정자들은 고양시와 시행사가 판결 내용을 제때 알려주지 않았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덕이지구 입주예정자협의회는 12일 고양시에 공문을 보내 “판결(6월 17일) 이후 중도금 납부(6월 20일, 7월 15일)가 예정된 상태였는데, 고양시가 판결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부 계약자들은 “불안한 마음에 계약을 해제하고 싶어도 이미 중도금을 냈기 때문에 계약 해제 소송에서 불리해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가 판결 내용을 알려 줄 의무가 없는 데다, 이번 1심 판결로 공사가 당장 중지되는 것도 아니어서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입주 예정자들은 곧 대표단을 꾸려 고양시와 시행사, 조합을 찾아 분양 계약자에게 부당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묻겠다는 의사를 전달할 계획이다.

고양시는 입주 예정자들의 불안을 진정시키느라 애쓰고 있다. 고양시 성송제 도시정비과장은 “시와 조합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라며 “공사는 현재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분양 계약자들의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시공사 “입주 문제 없을 것”=시행사인 드림리츠는 11일자 각 신문에 광고를 싣고 “이번 판결은 공사 중지를 명하는 판결이 아니라 (절차상의 문제로) 실시계획인가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아파트 건설사업 자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 회사 김명수 전무는 “문제가 된 조합원 총회 의결을 지난해 말 이미 받아낸 만큼 입주 예정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분양 계약자들은 법원이 최종심에서도 1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가 입주가 늦어져 정신적·금전적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현재 50%의 공정률을 보이는 기반시설 및 조경공사가 중단되고, 고양시와 조합은 절차상 하자를 바로잡아 다시 개발계획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시와 조합은 총회 승인-실시계획 승인-환지계획 승인 절차를 통해 사업 재승인을 마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항소심에서 지더라도 1∼2개월이면 다시 정상적으로 절차를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양=전익진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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