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이대론 안돼 … 눈높이 유세 펼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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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버락 오바마가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의 맹추격을 받으면서 민주당 내에서 대선 전략에 일대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오바마는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6월엔 지지율이 매케인에게 10여%포인트 앞서며 확실한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그 뒤 오바마의 인기는 하락을 거듭, 15일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지율이 44%로 매케인과 같았다.

신문은 민주당 소속 주지사와 상·하원의 전·현직 의원 등 당내 지도급 인사 15명과 인터뷰를 통해 “오바마가 중요 이슈들을 장악하지 못해 ‘대통령감’ 이미지를 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오바마는 대권 캠페인에 나선 지난 18개월간 ‘희망의 후보’라는 총론에만 매달렸지 이를 구체화할 각론이 없어 오하이오주·콜로라도주 등 접전지역에서 매케인의 추격을 허용하고 말았다”고 입을 모았다.

◇부동층 외면 자초=신문은 “오바마는 7~8월 중동과 유럽을 순방하고 에너지 비전을 설파하는 등 거대 담론에 치중했다”며 “그러나 매케인과 접전을 벌이고 있는 18개 경합 주의 향배를 좌우할 부동층과 무당파 유권자 포섭엔 실패했다”고 전했다. 미국인이 불안해하는 외교 현안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도 지지율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그루지야 사태가 터지자 매케인은 즉각 러시아의 철군을 요구하며 강경하게 대처한 반면 오바마는 하와이에서 휴가를 즐겨 방관하는 모습으로 비쳐졌다는 것이다. 매케인은 17일 열대성 폭우 ‘페이’가 북상 중인 플로리다주를 방문해 재해 대책 상황을 챙기는 등 오바마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눈높이 유세’가 살길=이에 따라 오바마는 앞으로 ▶경제나 안보 중 중요한 현안을 확실히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접전지역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할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지지층을 끌어안는 한편 ▶미국인의 최대 현안인 경제적 고통을 해결해줄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민주당 인사들은 제안했다.

신문에 따르면 필 브레드슨 테네시 주지사는 “오바마는 큰 체육관에서 대규모 관중에게 연설하기보다는 대형 할인매장인 월마트 앞에서 서민들의 삶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지 몇 마디 말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a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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