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기 왕위전 본선 1국' 曺9단의 헛수, 흑7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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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기 왕위전 본선 1국
[제4보 (63~84)]
白.金江根 4단 黑.曺薰鉉 9단

바둑은 집중력의 게임이다. 그러나 집중력은 이를 악문다고 생기는 건 아니다. 농구선수가 슛을 하건 골프선수가 퍼팅을 하건 집중력이 좋은 날이 있고 엉망인 날이 있다.

가령 좌하 백△ 두 수는 너무 긴장해 집중력을 잃은 경우로 흑▲들과 교환돼 대악수가 됐다. 물론 평소 김강근4단의 실력으론 있을 수 없는 실수다. 金4단은 흥분한 나머지 연이어 악수를 두고 말았는데 처음은 그렇다치고 홧김에(?) 저지른 두번째 악수만 없어도 판세는 크게 다를 것이다.

지금 백에 외롭게 떨어진 백◎ 한점은 큰 부담이다. 잡으러 오면 버릴 각오지만 그것 때문에 신경이 참 피곤하다. 그러나 앞서 말한 두번째 악수만 두지 않았더라면 '참고도1'백1의 치중수가 있다. 흑이 밖으로 막으면 7까지 선수로 연결해버린다.

흑은 아무래도 '참고도2'처럼 넘겨줄 수 밖에 없는데 이건 백엔 굉장한 숨통이 아닐 수 없다. 金4단은 이런 후회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해 바둑이 더 힘들다.

조훈현9단은 형세가 좋아지자 오전에 끝내버리려는 듯 시원시원하고 거침없이 움직여온다. 71부터 강하게 압박하더니 77로 형태를 갖춘다. 그러나 손바람을 너무 냈을까. 79로 들여다봤을 때 金4단은 80으로 쓱 비킨다. 순간 曺9단 쪽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흑A로 찔러도 B로 받으면 양호구가 된다. 79는 끊을 수 없는 곳을 들여다본 헛수. 방심이 집중력 상실로 연결된 케이스다. 이 바람에 84로 한 점이 동강나고 말았다. 曺9단의 후회어린 탄식과 중얼거림이 계속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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