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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내리니 이번엔 환율 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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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원-달러 환율이 7일(거래일 기준) 연속 오르며 1050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국내 물가 상승세도 진정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환율이 오르면서 그런 기대감도 줄고 있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1원 오른 1046.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4일(1050.4원) 이후 최고치다. 환율은 지난달 7일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을 공식화한 이후 1000~1020원에서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원-달러 환율은 급등세로 돌아선 상태다.

외환은행 김두현 차장은 “이날 원-달러 환율은 수출업체들이 달러를 꾸준히 내다팔면서 오름폭이 제한됐지만 장 막판 자산운용사들이 달러를 대거 사들이면서 상승폭이 커졌다”며 “외환당국의 개입이 없는 한 원-달러 환율은 곧 1050원 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경제연구소도 보고서에서 “세계적인 경기둔화에 따른 국내 수출업체들이 어려움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같은 환율의 상승세는 국제 유가의 하락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가격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배럴당 145.78달러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이달 15일엔 113.77달러까지 떨어졌다. 한달 새 22%가 하락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4.2% 올랐다. 유가 하락폭이 환율 상승폭보다 훨씬 크지만 물가에는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원유 가격보다는 환율이 국내 수입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원유 가격의 등락은 가중치(17%)만큼 수출입 물가에 영향을 미치지만 환율의 등락은 물가에 100%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환율 상승은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장단점을 정확하게 따지긴 어렵다”며 “다만 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 하락 효과를 환율 상승이 상쇄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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