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놀란 가슴과 놀랜 가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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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놀란 가슴’과 ‘놀랜 가슴’은 어떻게 다를까? 간단히 말하면 놀란 가슴은 내 것이고 놀랜 가슴은 남의 것이다.

“자라 보고 놀랜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랜다”고 하는 이가 있지만 무언가에 흠칫한 건 말하는 사람 자신이므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해야 맞다.

뜻밖의 일을 당해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무서움을 느끼거나, 기가 막히다는 뜻의 말은 ‘놀라다’이다. ‘놀래다’는 ‘놀라다’의 사동사로 남을 놀라게 하다는 의미다. “불쑥 나와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니?”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 그를 놀래 주자”와 같이 놀란 주체가 주어이냐, 주어가 놀라게 한 사람이냐에 따라 각각 ‘놀라다’와 ‘놀래다’로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

입말에선 놀라게 하다의 뜻으로 ‘놀래키다’란 표현을 흔히 쓴다. “귀신 분장을 하고 친구들을 놀래켜 줬어”처럼 사용하지만 ‘놀래키다’는 표준어가 아니다. ‘놀래다’의 충청도 방언이다. ‘놀래키다’를 그냥 ‘놀래다’로 대체할 경우 자연스럽지 못할 때가 많으므로 문맥에 따라 ‘놀래 주다’나 ‘놀라게 하다’ 형태로 바꿔 주면 된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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