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칼럼>우이령 산책로 개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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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서울의 진산인 북한산과 도봉산을 이어주는 산등성이에 잘룩한 허리모양을 한 고개가 있다.흔히들 우이령(牛耳嶺)으로 부르는 쇠귀고개다.서울시와 장흥(경기도양주군)을 잇는 옛길의 분수령이다. 몇년전 정부는 우이동과 장흥을 잇는 길이 6.54㎞의 도로 확장.포장계획을 수립,이를 시행하려 했었다.그러나 지속적인저지운동으로 여론에 밀린 이 계획은 마침내 백지화됐다.
지난달 14일 「우이령 보존회」가 주관한 자연탐방 시민걷기및식수(植樹)행사가 열려 우이령에서 오봉골까지의 길이 하루동안 시민들에게 개방됐다.우이령과 오봉은 지난 22년간 언제나 눈길을 돌리면 볼 수 있었지만 걸을 수 없는 길이었 고 오를 수 없는 산이었다.그 옛날 우이령을 넘어 오봉을 오르내렸던 산악인들은 이날 실향민이 고향을 되찾은 듯한 감회를 느꼈을 법하다.
봄이면 진달래,초여름이면 철쭉이 지천으로 피어나는 정취를 만끽할 수 있고 암벽루트도 산재한 오봉골은 한국 등산운동 발원지의 하나며 산악인들의 애환이 얽힌 곳이다.그러나 북한산국립공원내 유일하게 남은 군사보호지역으로 아직도 시민의 발을 묶어놓고있다.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인왕산 개방이었다.당시 정부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자 뒤이어 송추계곡과 중성문계곡도 군사지역에서 해제했다.
현대사회에서 레저활동은 국민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생활의 활력소다.북한산은 전국 18개 국립공원중 설악산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1년에 3백20여만명이 북한산을 오르내린다.그러나 이제는 수용인원이 한계를 넘어 황폐화돼 가고 있다.
북한산국립공원내 유일하게 통제되고 있는 우이령을 개방한다면 매주 과포화상태인 탐방객을 분산유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것이다. 군사보호시설이란 이유로 여전히 묶여 있는 이곳의 일부만이라도 시민의 산책로로 하루 빨리 개방했으면 하는 기대를 걸어본다. 인왕산을 서울시민에게 돌려줬던 용단으로 우이령을 개방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용대〈산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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