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 리메이크作 2편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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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할리우드 톱스타들을 기용해 프랑스영화를 리메이크한 『버드케이지』(Birdcage)와 『디아볼릭』(Diabolique)이 11일 나란히 개봉된다.『버드케이지』는 78년 프랑스영화 『새장속의 미친 여자들』(La Cage aux Fol les),『디아볼릭』은 앙리 조르주 클루조감독의 55년작 고전스릴러 『디아볼릭』의 할리우드판 리메이크영화다.
코미디영화인 『버드케이지』는 흥행보증수표로 통하는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이고,『디아볼릭』은 샤론 스톤과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아자니가 처음으로 함께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는 원작 프랑스영화들이 낯설기 때문에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겠지만 프랑스영화를 리메이크한 할리우드영화들대부분이 그렇듯 두 작품도 미국개봉때 원작보다는 내용의 무게가훨씬 가볍다는 평을 들었다.
동성애부부의 문제를 다룬 『버드케이지』는 게이들을 희화화한 측면이 강해 호모가 지금보다 훨씬 별나게 취급받던 70년대에 만들어진 원작영화보다 게이들의 고민을 진지하게 그려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디아볼릭』도 잔인한 성품의 교 장이 아내와정부 두 여자에게 살해당한다는 기본줄거리만 같을 뿐 해피엔딩으로 처리하는 등 원작이 지닌 스릴러로서의 재미를 거의 살리지 못했다는 평이다.
우리 관객들에게는 어차피 원작과의 비교는 무의미하기 때문에 리메이크영화 자체의 재미가 어떤가가 관심의 대상.
둘다 대중적인 오락영화인 점을 감안할 때 『디아볼릭』보다는 『버드케이지』가 훨씬 자기 장르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배우들이 쟁쟁하지만 『디아볼릭』은 좋은 출연진이 주는 기대치에 못미친다.악녀라는 뜻의 『디아볼릭』에서 살해를 공모하는 스톤과 아자니는 시종일관 얼굴의 긴장감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내는 것같고,이들에게 살해당하는 교장역 의 채즈 팔민테리,또 이 사건을 쫓는 여형사역의 케시 베이츠 모두 연기파배우들이지만 개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또한 끝까지 관객들의긴장을 유지해야 하는 스릴러영화임에도 중반쯤엔 이미 영화의 윤곽이 대충 잡히고 만다.감독은 『베 니와 준』을 만들었던 캐나다출신의 제레미아 체칙.
『버드케이지』에는 윌리엄스 외에 진 해크먼.다이앤 위스트등 중후한 배우들이 출연한다.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뉴욕 브로드웨이 연극배우 출신인 네이던 레인.영화데뷔작에서 동성애부부의 아내역을 맡아 섬세하고 상처받기 쉬운 「여성 미넘치는」 역을 실감나게 해낸다.
새장이란 뜻의 버드케이지는 작품 속에 나오는 마이애미의 게이나이트클럽.윌리엄스는 이 클럽의 주인 아만드로 이 클럽의 스타인 앨버트(레인)와 오랜 세월을 함께 한 동성애자다.이들의 생활은 아만드의 아들이 보수파 상원의원의 딸과 결혼 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소동이 일어난다.중년의 게이부부를 등장시킨 『버드케이지』는 가벼운 코미디이긴 하지만 내용에서는 보수와 진보가공존한다.가족의 해체가 심각한 미국사회에서 가정의 소중함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보수적이고,따뜻하고 사랑에 넘친 부모가 게이부부라는 점에서는 매우 급진적이다.미국에서도 『버드케이지』는 동성애부부를 긍정적으로 그린 최초의 영화로 관심을 모았다.
『졸업』을 만든 마이크 니컬스가 감독했다.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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