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장 릴레이 인터뷰 <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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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가 들어선 지역이 으레 그렇듯 안양도 신·구 도심간 각 부문 격차 해소가 주요 현안이다. 평촌 신도시를 포함한 동안구와 기존 시가지인 만안구 간의 교육격차 줄이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정지풍(61) 안양교육장을 만났다.  


- 안양교육청의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인가.

“안양교육청이 과천까지 관할하고 있는데 과천은 안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육환경이 좋은 편이다. 안양지역 내에서도 이런 격차가 존재한다. 구도심인 만안구와 평촌을 포함한 신도시 동안구의 교육시설이나 각종 교육환경의 격차 해소가 당면과제다. 지자체와 협조해 경비지원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확보한 예산으로 우선 노후된 시설을 개선해 나갈 것이다.”

-지역간 교육격차는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다.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현재 만안구에 위치한 학교의 교실 공동화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까지 1개 학군으로 묶여 있던 것을 만안구와 동안구로 분리해 서로 전학이 가능토록 조치했다.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각 학교를 특성화해 대안을 만들어 가고 있다.”

-각 학교의 특성화란 무엇을 말하는가.

“안양 전체의 학교를 테마 스쿨 형태로 운영할 방침이다. 다란초등학교를 예로 들수 있다. 다란초는 2005년까지 지속적으로 학생이 줄어 학교 운영에 필요한 기본 학생 수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었다. 이때 학교 내 작은 영어마을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다란 영어테마랜드를 만들었다. 올 3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는데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서 시찰을 오는 등 호응이 폭발적이다. 지금은 이 학교로의 전학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학내 영어마을은 이미 각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시책 아닌가.

“일반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소규모 영어마을 수준이 아니다. 총 12개의 테마 학습장을 만들어 실질적인 영어사용 환경을 구현했다. 입국장, 과학의 방, 팬시점, 멀티체험실, 영어도서관 등에 원어민 교사를 배치시키고 아이들이 자연스레 영어를 접할수 있게 구성돼있다. 달안초 학생 460명을 비롯해 지금까지 관내 학생 1300여명이 다녀갔다. 호응도가 아주 높아 만안구 내 2개 학교에 더 설치할 예정이다.”

-테마스쿨의 예를 더 들어 달라.

“5개년 계획으로 진행하는 큰 프로젝트다. 점진적으로 영어마을 외에 중국어·일본어마을을 만들 계획이며, 영상 체험관이나 천체 과학관을 테마에 맞춰 각 학교에 설치할 예정이다. 또 2009년에는 전국 최초로 특수아동체험관을 만들 것이다. 음악·미술·심리·과학·자기신체치료 등 특수아동대상 재활 및 치료 프로그램을 기본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할 계획이다.”

-영어몰입교육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진행 사례가 있다면.

“일선 학교에선 영어몰입교육을 권장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교육청 영재교육원에서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100시간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물리와 생물학 전공자인 캐나다 원어민 교사와 함께 초5·6, 중1·2, 심화과정을 진행했다. 이후에도 영재교육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유사한 프로그램을 실시할 계획이다.”

-평촌은 학원 밀집지역으로 유명하다. 최근 공·사교육이 대립보다는 서로 보완해주는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일단 학원 운영자들이 단순히 영리목적으로 아이들을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교육의 또 다른 분야로서 사명의식을 가져야 한다. 철저하게 자본주의 논리에 휩싸여 아이들을 대하면 현실적으로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의 인성발달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사회참여의 일환으로 소외계층에 대한 무료강의 등에도 적극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배로서 현장에 있는 교사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아이들에게 칭찬을 많이 해야 한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데 이만한 방법이 없다. 최근 교권 추락에 대한 얘기가 많은데, 그 이전에 자신의 실력을 더욱 확고히 쌓아야한다. 교수 학습법도 하나의 기술이다. 스스로 연마하지 않으면 그 사회에서 도태되는 게 당연하다.”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이제 교직 생활도 1년 반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이 직업을 갖게 해주신데 대해 항상 하늘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다만 전공과목인 과학교사로 교단에 오래 서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 퇴임하는 날 교단에서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교실문을 나서는 것이 꿈이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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