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 “내 가장 큰 잘못은 이혼” … 오바마 “난, 젊을 때 마약 했던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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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힘든 젊은 시절이 있었다. 그건 이기심에서 마약을 경험했을 때다.”(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나는 여전히 매우 불완전한 사람이지만 나의 가장 큰 도덕적 실수를 꼽는다면 첫 결혼에 실패한 것을 들 수 있다.”(공화당 대통령 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

하와이에서 휴가를 마치고 선거운동에 복귀한 오바마와 휴가도 가지 않고 여론조사에서 조금 앞서는 오바마를 추격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매케인. 두 사람이 17일 같은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잘못한 일이 뭐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오바마는 고교 시절 반은 흑인이고, 반은 백인인 자신의 정체성에 혼돈을 느껴 마약을 했다. 그러나 옥시덴털대학에서 컬럼비아대학으로 옮긴 뒤 공부에 전념하면서 그걸 끊었다. 매케인은 해군 대령이었을 때 지금의 부인 신디를 만나자 첫 부인과 이혼했다.

오바마와 매케인은 이날 기독교 복음주의자 릭 워런 목사가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 소재 새들백교회에서 마련한 ‘대통령직에 대한 시민포럼’에 참석해 각각 한 시간 동안 자신의 과거와 정체성·종교관·정책 비전 등을 밝혔다. 두 사람이 한 장소에서 같은 현안에 대해 견해를 밝힌 것은 대선 대결이 본격화된 이후 처음이다. CNN 등 여러 방송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오바마가 먼저 나왔다. 매케인은 오바마의 발언을 전혀 모른 채 기다리다 나왔다. 둘은 교대하면서 악수하고 짧게 포옹한 뒤 헤어졌다.

워런은 두 사람에게 “미국의 가장 큰 도덕적 실패는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질문도 던졌다. 오바마는 ‘내 형제 중 지극히 작은 자 한 사람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는 성경의 마태복음 구절을 인용하며 “사회적 약자(the disadvantaged)를 충분히 돕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케인은 “우리가 개인의 이익보다 더 중요한 일에 헌신하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린 (2001년) 9·11 테러 후 평화봉사단과 다른 자원봉사 조직에의 시민 참여를 국가 차원에서 장려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왜 대통령이 되고 싶으냐”는 물음에 오바마는 “세계의 선을 위해 (독주하지 않고 다른 나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미국을 만들고 싶어”라고 답했다. 매케인은 “개인 이익보다는 대의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걸 고취하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악은 제거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오바마는 “우리가 개인적으로 세상의 악을 없앨 수는 없다. 그건 신의 몫”이라고 답변했다. 매케인은 “악은 물리쳐야 한다”며 “대통령이 되면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라덴을 지옥의 문까지 따라가 잡을 것이며,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했다.

베트남전에 참전해 5년 반 동안 포로생활을 한 매케인은 “당시 (베트콩이 선전전의 목적에서) 나를 다른 전쟁포로들보다 먼저 풀어주겠다고 했을 때 거절한 것이 내 인생의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시절) 이라크전을 (처음부터) 반대했던 결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워런이 “말을 듣고 싶은 현자 세 명을 꼽아 보라”고 하자 오바마는 부인 미셸과 (백인 어머니가 사망하자 자신을 기른) 외할머니 외에 민주·공화당 의원 몇 명의 이름을 열거했다. 매케인은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 인권운동가 출신인 민주당 존 루이스 하원의원, 그리고 온라인 쇼핑회사 이베이의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자신을 돕고 있는 멕 휘트먼을 꼽았다.

“부자를 어떻게 정의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오바마는 “연소득 25만 달러 이상인 사람에게 사회보장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반면 매케인은 “부자에게서 돈을 받아 내는 걸 원치 않는다. 나는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길 원한다”고 답했다.

매케인은 “인간으로서 아기의 권리는 엄마가 임신할 때 시작된다”며 낙태 반대를 분명히 했다. 오바마는 “낙태 반대론자가 내 입장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말하는 걸 알지만 합법화된 낙태에 찬성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여성이) 원하지 않는 임신을 줄이기 위해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결혼은 남녀 간의 결합”이라고 정의했으나 오바마는 “동성애자의 시민결합(civil unions)을 지지하며, 헌법 개정을 통해 동성애자 결혼을 금지하는 걸 반대한다”고 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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