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인재들이 세계서 뛰는 이 순간이 인도의 기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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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호 34면

만모한 싱 총리가 15일 방탄 유리로 둘러싸인 연단에서 독립 61주년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뉴델리 AFP=연합뉴스

오늘은 모든 인도인에게 성스러운 날입니다. 독립기념일을 맞으면서 마하트마 간디의 리더십 아래 외세의 지배로부터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싸웠던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4년 전 이 자리에서 나는 ‘새로운 인도’를 위한 정부 비전을 발표했습니다. 정의와 휴머니즘이 넘치는 인도, 모든 시민이 동등하게 대우받는 인도, 경제적으로 번영하는 인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하나의 인도’로 영원히 존재하려면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대접받아야 합니다. 각자의 다양성 속에 통합의 에너지가 흘러 넘쳐야 합니다. 나는 인도 정부의 7대 우선과제, 즉 ‘일곱 가지 수트라(경전)’에 대해 역설했습니다. 농업 개혁, 수자원 개선, 교육투자 강화, 건강보험 확대, 일자리 창출, 도시 재개발, 인프라 강화가 그것입니다.

우리는 농업의 대변혁을 추진해 왔습니다(인도는 인구의 65%가 농림업에 종사한다). 정부는 2500억 루피(약 6조1100억원)를 농업 개혁에 쏟아 붓고 있습니다. 특히 은행 빚에 허덕이는 농민에게 7100억 루피(약 17조3500억원)의 대출 상환을 유예해 주었습니다. 농가 소득을 증진시키려고 밀과 쌀 등 주요 농산물의 정부 수매 가격을 최고 50%까지 올렸습니다. 이제 우리 농촌은 다시 푸르러질 것입니다. 우리의 곡물 창고는 다시 가득 차고 있습니다.

나는 유년 시절 전기도, 전화도 들어오지 않는 시골 마을에서 살았습니다. 마실 물을 구하는 것도 여의치 않았고 의사도 없었습니다. 몇 마일을 걸어서 학교에 다녔습니다. 독립 이후 농촌에도 개발 바람이 불었지만 아직도 많은 국민이 여전히 내 어린 시절과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정부가 농촌 인프라 확충을 위한 바라트 니르만(Bharat Nirman·농촌 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이유입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인프라 확충입니다. 새로운 도로와 철도·항만·공항이 속속 건설되고 있습니다. 도시 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도시 재개발과 현대화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인재 개발도 중요한 숙제입니다. 특히 교육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는 우리 정부가 교육 투자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집니다. 나는 현재 진행되는 제11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을 ‘교육 플랜’이라고 부릅니다. 정부는 사르바 쉬크샤 아브히얀(힌디어로 ‘모든 사람에게 교육을’이라는 뜻) 프로젝트를 통해 공공교육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있습니다. 지난 4년간 6000개의 초·중등 시범학교를 세웠습니다. 대학 설립도 활발해 최고 인재의 요람인 인도공과대학(IIT)과 인도경영대학원(IIM)은 각각 7개, 8개의 캠퍼스를 확충했습니다.

나는 과학기술로 고취된 인도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사회 모든 분야가 과학·지식의 이익을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올해 안에 우리는 우주선 ‘찬드라얀’을 달에 보내기를 희망합니다. 그것은 인도의 우주개발 역사에서 아주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입니다.

인도의 원자력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러나 국제 사회와 고립돼 기술 개발을 해온 게 문제였습니다. 우라늄 생산량이 적고 품질도 고르지 못합니다. 인도의 핵 에너지 프로그램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는 선진국과의 협상을 통해 인도의 핵 고립을 끝낼 것입니다. 그것은 인도의 산업화를 가속화하는 새로운 통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핵 협상이 원만히 이루어진다면 산업계가 절실히 바라는 대로 전력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도는 남아시아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를 희망합니다. 특히 부탄·네팔·파키스탄 같은 이웃 나라들과 협력 관계가 확대되기를 바랍니다. 이들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는 것도 환영합니다. 그러나 지난달 아프가니스탄 카불 주재 인도 대사관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는 인도·파키스탄 관계를 정상화하고 남아시아 평화를 지키려는 우리의 노력에 긴 그림자를 던져 주었습니다.

나는 파키스탄 정부에 걱정과 실망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테러 사태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가진 선량한 의도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테러리스트와 이를 지원하는 세력은 인도의 적이며 파키스탄의 적입니다. 또한 두 나라 우호관계의 적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반드시 그들을 응징할 것입니다.

인도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나라입니다. 인도 출신 인재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그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들의 빼어난 성취는 우리에게 큰 영감을 줍니다. 인도에 기회의 순간이 온 것입니다.


▶만모한 싱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모교인 펀자브대학에서 경제학을 강의하다 71년 해외통상부 자문관이 됐다. 재무장관(91년)을 거쳐 2004년 5월 국민의회당 당수인 소냐 간디에 의해 제13대 총리에 등용됐다. 취임 당시 “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 개혁을 하겠다”고 연설했다. 인구의 82%가 힌두교도인 나라에서 최초의 시크교도 총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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