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사나이들 오늘 밤 ‘번개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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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답지 않은 푸른 하늘 아래로 뜨거운 햇살이 쏟아졌다.

‘올림픽의 꽃’ 육상 경기가 막을 올린 15일 9만1000여 관중을 수용하는 베이징 국가체육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관심은 남자 100m 레이스. 비록 예선이었지만 ‘인간 탄환’들이 눈앞에서 펼치는 ‘광속 대결’은 그 어떤 경기보다 흥미로웠다.

오전에 열린 1차 예선에서는 ‘스프린트 3파전’의 주인공 우사인 볼트(22), 아사파 파월(26·이상 자메이카), 타이슨 게이(26·미국)가 차례로 트랙에 올랐다. 1조에 속한 볼트 얼굴이 전광판에 나오자 장내 아나운서는 “세계기록(9초72) 보유자”라고 소개했고 우레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볼트는 출발 반응시간 0.186초로, 1조 8명 중 여섯 번째였으나 폭발적인 스피드로 금세 선두로 나섰다. 빨랐지만 뛰는 모습은 조깅이라도 하듯 가볍고 경쾌했다. 10초20, 조 1위가 됐다. 이어 2조의 파월이 출발했다. 볼트에게 세계기록을 넘겨준 뒤 자존심이 상했던지 3인방 중 0.142초의 가장 빠른 출발 반응시간을 보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선두로 질주, 10초16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경기 후 복통을 호소하며 의자 위를 뒹굴었지만 이날 오후 2차 예선에 이상 없이 나왔다.

그 다음은 게이였다. 지난달 초 미국 대표 선발전 200m 레이스 도중 허벅지 근육 부상으로 중도 포기했던 그가 한 달여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총성 후 0.148초의 반응시간으로 출발한 게이도 여유 있게 조 1위(10초22)를 차지했다. 허벅지 부상이 완쾌된 모습이었고, 경기 후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도 컨디션을 묻는 취재진을 향해 “기분 좋고 몸이 올라왔다”고 짧게 답변했다.

이날 저녁에 열린 2차 예선에서는 세 선수 중 볼트가 위력을 과시했다. 4조의 볼트는 1차 때보다 단축된 0.165초의 반응 시간으로 출발했고, 레이스 중간에는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여유까지 부리면서도 9초92를 기록했다. 2차 예선에 나선 전체 40명의 선수 중 1위였다.

2조의 게이와 5조의 파월은 각각 10초09와 10초02로, 1차 예선 때 보다는 빨라졌지만 9초대에 진입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볼트와 함께 16일 오전 열리는 준결승에 진출했다. 세 선수가 격돌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결승은 이날 오후 11시30분(한국시간)에 벌어진다.

베이징=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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