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그릇 없이 살기 1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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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호 15면

어제 스타벅스에서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진열대에 놓인 여름 음료용 플라스틱 물병을 집었다. “이것 참 투명하고 예쁘다.” 친구의 말에 나는 대뜸 찬물을 끼얹었다. “안 돼. 그렇게 투명한 재질은 폴리카보네이트야.

조동섭의 그린 라이프

용기로 쓰이는 플라스틱 재질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게 폴리카보네이트거든. 쓰면 안 돼.” “플라스틱도 종류가 달라?” 순진하게 되묻는 친구에게 중학교 때 기술 시간에도 배워 놓고 다 까먹었느냐고 핀잔을 주려다 ‘아차, 남자는 기술, 여자는 가정가사를 배우지’ 생각하고 “아, 여자들은 기술 과목 안 배우지?”라고 넘겼다.

어쨌거나 나는 내친김에 살짝 친구에게 강의를 했다. “밀폐 용기로 흔히 쓰는 불투명한 플라스틱 있잖아. 그건 폴리프로필렌으로 그나마 안정적이어서 덜 해롭다고 해. 하지만 폴리카보네이트는 환경호르몬 위험 재질이야. 젖병으로도 흔히 썼는데 정말 끔찍한 일이야.”

그러자 친구는 자기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무렵(지금 초등학교 5학년이니 예닐곱 해 전 이야기겠다) 플라스틱 젖병이 위험하다는 이야기에 다들 유리 젖병으로 바꾸었는데 젖병이 깨져서 어느 아이가 사금파리에 베이는 통에 다시 플라스틱 젖병으로 바꾸는 소동이 있었단다. “폴리카보네이트가 투명하고 보기 좋아서 한때 인기였는데, 갓난아이 입에 그걸 물렸으니, 게다가 엄마들은 그걸 소독한다고 푹푹 삶기까지 했잖아. 열을 가하면 더 쉽게 녹는데도 말이야.”

폴리카보네이트에는 비스페놀이 들어 있는데, 비스페놀은 인체에 들어와 호르몬인 양 작용하여 우리 몸을 교란시키는, 이른바 환경호르몬이다. 버려진 것들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분해되면 땅과 물로 환경호르몬이 스며들게 되고 먹이사슬을 타고 우리 몸에 다시 들어올 수도 있다.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알려진 폴리프로필렌이나 폴리에틸렌 역시 열·기름·산에 약하고, 오래 쓰면 서서히 녹으면서(눈에 보이게 녹는다는 게 아니라 분자 구조가 헐거워진다는 이야기다) 우리 몸에 해로운 성분이 들어올 수 있다. 멀리서 배를 타고 오느라 유통되는 데 오래 걸리는 수입 생수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되기 쉽다는 이야기는 페트병의 이런 성질 때문이다.

우리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김치는 산성인 데다 발효식품이기도 한데, 이걸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보관하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다음주에 계속)


글쓴이 조동섭씨는 번역과 출판 기획을 하는 한편 문화평론가로 대중문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으며, 앞으로 친환경주의자로서의 싱글남 라이프스타일 기사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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