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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교회 부흥 순항-모스크바 140여교회 신축.수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러시아 민중은 하늘의 별을 믿고,공산주의자들은 붉은 별을 믿으며,옐친대통령은 「행운의 별」을 믿는다.』 요즘 러시아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말이다.
이를 반영하듯 70년간 동면하던 러시아정교가 부활의 몸짓을 보이고 있다.조짐은 이렇게 나타난다.모스크바 거리를 지나다보면건물 전체를 붕대로 동여 매놓은 듯한 교회를 자주 보게 된다.
그간 기능마비 상태였던 교회들이 일제히 복원공사 를 기다리고 있는 것.
모스크바 시청에 따르면 현재 새로 짓거나 수리중인 교회는 모스크바에만 1백42개로 대부분 내년 후반에 가서야 교회로서의 기능을 재개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중 세계 언론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크렘린궁 맞은편에 신축중인 「구세주 그리스도」교회.2만평방미터의 부지에 건축비만 무려 5억달러(약4천억원)가 소요될 이 교회가 97년 9월 완공되면 러시아정교 교회로는 세계 최대가 된다.구세주 그리스도교회는 나폴레옹군을 물리친 1812년의「조국전쟁」을 기념하기 위해세운 것.차이코프스키가 『1812년 서곡』을 교회에 바칠 만큼러시아 국민의 애국심의 상징이 돼왔으나 종교를 인민의 아편으로규정한 스탈린에 의해 1931년 철거돼 최근까지 지하실은 수영장으로 사용돼왔다.
차르시대 모스크바는「1천개 교회를 갖춘 수도」라고 불릴 만큼교회가 많았고 국민들의 신앙심 또한 깊었다.최근 구세주 그리스도교회가 복원공사에 들어가자 공산주의 혁명후 해외로 망명한 첼로의 거장 로스트로포비치는 모스크바를 방문,아직 완성도 되지 않은 공사장 가운데서 모금을 위한 연주회를 가졌고 가난에 쪼들리는 노인들조차 연금의 일부를 헌금해 많은 사람들을 감동케 했다. 영하20도의 추위도 마다않은 열성신도들 덕 분에 이미 지난 겨울 금빛 지붕을 올린 이 교회는 벌써부터 모스크바 시민들의 마음을 부풀게 하고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억압당해온 러시아교회는 아직도 적지않은 고민을 안고 있다.우선 대통령 「권한강화」를 위한 종교라는 비난을받을 만큼 각종 정치행사에 빠지지 않는 알렉세이 대주교는 순수종교인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또 옐친대통령의 미신적 경향이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현재 크렘린에는 그루지야 출신 여인 다비타치빌리와 옛KGB 출신 점성술가 블라디미르 표도로프스키등 예언가들이 대거 포진,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는 것.
모스크바=최성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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