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제 북핵 해결의 시동을 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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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국을 비공식 방문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박4일간의 숨바꼭질 같은 일정을 마치고 21일 북한으로 돌아갔다. 비록 공식 기자회견은 없었지만 신화통신은 양국 정상이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풀기 위한 6자회담을 지속하기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문을 발표해 회담 내용에 대한 국제사회의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시켰다.

이번 정상회담은 실용주의자로 알려진 중국의 제4세대 지도자 후진타오(胡錦濤)와, 폐쇄적이고 고립된 '은둔의 왕국'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 간에 이루어진 첫번째 회담이다. 그 때문에 金위원장 방중(訪中) 내내 과거와 같은 이데올로기적 동맹의 원칙이 정상회담을 지배할 것이냐, 아니면 냉전의 종식과 9.11 이후 변화된 국제정세에 실용적으로 대응하는 현실주의적 노선의 회담이 될 것이냐에 관심이 집중됐었다.

그 때문에 신화통신의 이 같은 보도는 비록 북핵해결을 위한 극적인 돌파구는 아니지만 북.중 양국의 지도자가 북한 핵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국제사회와 대화.협력을 지속할 것임을 천명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

우리는 金위원장의 이 같은 입장표명이 단순한 수사(修辭)에 그치지 말고 직접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길 기대한다. 9.11 이후 국제사회에는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은 어떤 형태로든 용납하지 않겠다'는 하나의 원칙이 확립됐다는 사실을 金위원장과 북한 지도부는 명심해야 한다. 또한 중국도 북핵을 평화적으로 해결토록 하는 것이 동북아와 세계평화를 위한 지역 강대국의 의무임을 명심해 나라의 격에 걸맞은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이란과 리비아가 핵 포기 및 국제사회와의 협력의 길을 감으로써 무역제재 해제와 경제지원의 혜택을 입기 시작한 반면, 대결의 입장을 취했던 이라크는 파멸의 나락에 처해 있는 상황을 북한은 직시해야만 한다. 북한이 원하는 체제보장과 경제난 해소는 핵을 포기함으로써만 가능하며 그 결정이 빠르면 빠를수록 북한 주민과 국제사회 모두에게 이롭다. 金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이러한 고리가 풀리는 서막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