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희씨, 수사 검사에 허풍 … 취직 미끼로 수억 받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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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통령 처사촌 김옥희(74·구속)씨가 국회의원 공천 외에도 ‘공기업 감사와 대기업에 취직시켜 주겠다’며 추가로 수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14일 김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특가법상 알선수재와 사기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날 수사 결과 발표에서 한나라당이나 청와대를 상대로 한 공천로비는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대한석유공사 전 고문 윤모씨와 교통안전관리공단 전 기획본부장 한모씨에게 각각 5000만원과 1억원을 받았다. 김씨는 공기업에서 퇴직한 이들에게 “인사담당 공무원에게 부탁해 석유공사나 수자원공사·도로공사와 같은 공기업체 감사로 임명해 주겠다”고 접근했다. 6월엔 다니던 점집에서 만난 성모씨에게 “아들을 번듯한 대기업에 취직시켜 주겠다”며 50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김씨는 김종원(67·구속)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 외에 다른 정치인 2명에게 ‘공천을 받아 주겠다’며 접근한 사실도 드러났다. 올해 1월 성당을 다니며 알게 된 민주당 오모(69) 전 의원의 부인에게 “남편이 대한노인회 추천을 받아 비례대표로 공천받게 해 주겠다”고 30억원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친박연대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던 박모(53)씨에게도 지난해 말 ‘공천을 도와주겠다’고 제의했었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는 평소 ‘영부인의 친언니로 절친한 사이’라며 청와대를 팔아 이 같은 범행을 벌였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김씨가 ‘청와대에 다녀왔다’는 식으로 말해 실제 친언니로 믿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수사검사에게도 “검찰청 건물이 왜 이렇게 덥냐. 청와대에 얘기해 냉방을 바꿔 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공범 김태환(61)씨에게는 수사 직전 “나의 장세동이 돼 달라”며 단독 범행으로 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김씨는 실제 청와대에는 한 번도 출입한 적이 없다고 검찰은 밝혔다. 평소 돈거래가 있던 영부인의 가정부와 10여 차례 통화한 게 전부라는 것이다.

김씨는 받은 돈 32억3000만원 가운데 25억4000만원은 김 이사장에게 돌려줬다. 나머지 돈은 ▶외환선물투자 1억5000만원 ▶아들·손자 벤츠 한 대씩 구입 1억9470만원 ▶아들의 빚 변제 1억5300만원 ▶오피스텔·아파트 보증금 8000만원 ▶생활비 8000여만원 등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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