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核기밀' 폭로한 이스라엘人 풀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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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이스라엘의 반역자이자 반핵운동가들의 영웅인 모르데차이 바누누(50)가 21일 감옥에서 풀려났다.

그는 1986년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에 의해 로마에서 납치된 이래 약물이 투여된 상태에서 텔아비브로 강제송환됐다. 이후 핵개발 기밀누설 혐의로 독방을 오가며 18년간 철창 속에 있었다.

바누누는 아직 완전한 자유인이 아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바누누가 여전히 위험한 국가기밀을 알고 있으며 이를 폭로할 위험이 있다며 그에 대해 출국금지 등 포괄적인 제한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바누누는 앞으로 1년간 여권이 발급되지 않으며 당국의 허가 없이 외국인이나 언론과 접촉하지 못하고 핵 관련 토의도 할 수 없다. 이스라엘 정부는 매년 재심사를 통해 제한조치의 해제를 고려한다.

바누누는 모로코 태생 유대인으로 63년 가족과 함께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아랍계 유대인이어서 조종사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71년 공병으로 입대한 그는 네게브 사막에 위치한 이스라엘의 디모나 핵연구소에서 근무했다. 그는 제대 후에도 핵폭탄 제조에 사용되는 물질을 추출 생산하는 '마촌2' 비밀 지하시설에서 일했다. 비밀기지에서 일하면서 벤구리온 대학에서 철학도 공부해 왔던 그는 85년 자신의 일에 회의를 느껴 돌연 사표를 던졌다. 문제는 그가 사표를 제출하기 전 몰래 찍은 사진들이었다. 호주로 건너가 기독교로 개종한 그는 86년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에 사진을 비롯한 이스라엘 핵개발 비밀을 폭로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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