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 근로자의 현주소-근로자의 날 특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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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국내 제조업 근로자가 받는 월 평균소득은 지난해말 기준 1백12만원(상여금.수당등 포함,생산직 1백2만원.사무관리직 1백31만원)이다.중국 근로자의 월 평균 소득은 우리 돈으로 10만원 수준이다.그렇다면 두 나라 근로자가 누리는 삶의 질은 10배이상 차이가 나는 걸까.그렇지는 않다.국내 근로자가 매달 버는 돈만으로 집을 마련하고 사교육비를 충당하려면 허리가 휠 정도다.노후생활까지 염두에 둘 경우 근로자 생활은 하루하루가 빠듯하다.
반면 중국 근로자는 나라에서 적잖은 부분을 해결해주고 있다.
때문에 주택과 자녀교육에 비용이 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월급은 식비.용돈등에 쓰이는 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소득 1만달러 시대에 접어들었다.하지만 국내 근로자가 느끼는 생각은 이런 수치와 거리감이 있다.복지시설과 자연환경등 삶의 질이 따라주지 못한 탓이다.근로시간만 해도 그렇다.지난해말 제조업 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주당 49.2시간이다.전세계 10위권 수준이다.
주말 격주휴무제가 확산되면서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을 올해 노사협상에서 주요 문제로 다룰 움직임이다.경영자측은 물론 시각이 다르다.제조업의 명목임금 상승률이 최근 3년간 매년 10%선이어서 임금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것이다.경영자 측은 지난 90년에서 94년사이 한국의 제조업 임금상승률은 평균 15.8%인 반면 일본은 2.4%,대만은 9.6%에 그치고 있다는 통계를 제시한다.
이렇게 보면 이제 문제는 임금 수치보다 사회복지 수준과 물가등 생활여건의 안정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근로자를 괴롭히는 것중 하나로 산업재해가 꼽힌다.전산업 재해율은 지난해 약 1%였다.이같은 수치는 세계에서 몇손가락에 들 정도다.안전에 무신경한데다 안전장비도 모자란 것이 산재율이 높은 이유다.
근로자들은 무엇보다 노동권 보장이 미흡한데 불만을 표시한다.
과거 군사정부의 개발독재에 밀려 발디딜 틈이 적었다는 것이다.
또한 삶의 질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생활은 더 벌어지고 있다고 노동 전문가들은 진단한다.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상당수가 근로기준법 적용을 못받는게 현실이다.5인미만 사업장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노동연구원 박영범(朴英凡)동향분석실장은 『상대적으로 복지혜택이 뒤떨어진 중소.영세기업 근로자들에 대해 정부가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저소득근로자 자녀들의 교육비등에 대해 보다 관심을갖고 지원한다면 사회적 형평성을 맞추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국제화시대로 접어들면서 또 하나의 문제가 생겼다.국내 사업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어떻게 대우하느냐다.노동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법과 통념상 이들을 국내 근로자들과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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