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성세대가 '세계화' 뒷받침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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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거리낌없이 「지구촌 시민」임을 자처하는 청소년들의 당당한 자신감과 「열린 태도」는 바람직하고 마음 든든한 면도 있다.
그러나 이런 추세를 놓고 「민족문화에 대한 경시」를 우려하는시각도 있다.청소년들이 외국문화를 접할 때 감정에 치우치거나 맹목적 열정에 사로잡히기 십상이란 점을 감안할 때 당연한 일이다. 우리것을 더욱 우리것답게 받아들여 확고한 역사인식과 자기인식,즉 「자기정체성」을 갖추도록 하려면 우선 종래의 「국제 이해」수준을 넘어 「다문화(多文化)접촉」이란 개념이 중요하다.
외국문화를 접촉할 기회가 한층 많아진 세대라지만 다른 민족들의 다양한 문화와 특성을 편견없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교육.미디어 환경은 여전한 까닭이다.
따라서 학부모.교사.청소년지도자들은 건강한 다문화 접촉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게임과 문화기류를 확산시켜야 한다.
나아가 고급문화와 저급문화의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는 상황이므로 여러 형태의 문화들을 청소년들의 새로운 감각에 맞게 변형시켜 수용토록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선진국 학교에서 재즈도 가르치듯 학교교육이 대안적 문화를 수용해야 한다.
정보사회의 주인공이 돼야할 청소년들에게 고도의 정보처리 능력을 길러주지 못한다면 세상없는 「세계화」노력도 모두 공염불일 뿐이다.언제라도 필요한 정보를 수집.분석.재창조할 수 있는 자질을 길러주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 모든 노력의 대전제는 청소년들의 시각과 관점을 최대한 이해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한준상 연세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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