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폭탄 '하프늄 화약' 터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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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이스라엘군이 한 건물을 폭파하고 있다. 신종 하프늄 화약이 개발되면 이런 건물은 몇 g만으로도 폭파가 가능하다.

서울 남산 외인아파트를 1996년에 폭파할 때 사용한 TNT의 양은 367㎏이었다. 이 정도로 한 순간에 아파트 두동을 폭삭 내려앉게 만들었다.

미국을 비롯한 군사 강국들이 개발하고 있는 새로운 화약은 이론상 단 6g만 있으면 이 정도의 위력을 낸다. 하프늄이라는 물질로 만드는 '하프늄 핵 화약'이 그것. 이 화약이 개발되면 핵무기와 일반 화약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렇게 되면 하프늄 화약은 수소폭탄.원자폭탄에 이은 셋째로 센 신종 폭탄의 자리를 잡게 될 전망이다.

이론상으로는 하프늄 1g이면 TNT 50㎏에 맞먹는 폭발력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실험실에서는 하프늄의 원자핵이 저장하고 있는 에너지의 4%를 순간적으로 뽑아내 폭발시키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이 정도만 돼도 TNT보다 2000배나 더 강력하다. 원자폭탄의 폭발력은 TNT의 2만5000배.

하프늄은 자연계에 6종이 존재하지만 그 양이 극히 적은 희귀물질. 원자로 안에서 핵폭발의 완급을 조절하는 재료로도 쓰인다.

화약용으로 연구되고 있는 하프늄은 자연산 하프늄이나 탄탈룸이라는 물질에 광자를 충돌시켜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하프늄의 원자핵이 저장하고 있는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뽑아 폭발력을 만드는 것이 연구의 핵심. 현재 하프늄은 X-선을 쪼여 폭발시키는 기술이 개발됐다.

하프늄이 신종 화약 후보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핵 확산 금지조약에도 규제받지 않는다는 점이다.또 수소폭탄이나 원자폭탄과는 달리 강력한 초소형 미사일.폭탄도 만들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수소폭탄은 원자폭탄이 함께 장착돼 터져야 하고, 원자폭탄은 우라늄이 최소 10㎏이 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또 방사선 오염 등 엄청난 후유증을 동반한다. 하프늄 화약은 그런 후유증도 적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이준웅 전문연구위원은 "하프늄 화약이 개발되면 재래식 탄두보다 훨씬 강력한 초소형 미사일이 나올 수 있게 된다"며 "이미 그 기술 개발은 상당히 진척된 상태"라고 말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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