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개인주의성향 퇴조-美.日 10대들은 무엇이 다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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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과 일본의 10대들도 이전세대와는 다른 독특한 사고와 행동양식으로 21세기를 준비하고 있다.
80년대 미국의 10대는 「남에게 신경쓰면 나도 불편,남도 불편」이라는 식의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고 사회문제에 무관심했던세대로 규정된다.하지만 90년대 중반부터 분명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의 한 여론조사기관이 10대들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청소년들의 새로운 특징이 드러난다.응답자의 무려 95%가 「지역사회를 위한 각종 봉사활동에 참가하겠다」고 해 언제라도 남을 위한 활동에 참여할 뜻을 내비쳤다.개인주의 성향이 퇴조하고 공동체의식이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미국인들은 이런 90년대식 참여세대를 「Y세대」라 지칭해 직전의 X세대와 구분한다.매사에 「예스(Yes)」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하며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에 붙여진 말이다.이전 10대와는 달리 다시 한번 「위대한 미 국」을 재건하겠다는 의지의 신세대들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방종과 타락에 빠져 범죄의 길을 걷는 청소년이 날로 느는 어두운 일면도 보인다.미국전역에서 살인.강간 등 흉악범죄로체포된 청소년(10~17세)은 85년 10만명당 3백5명에서 92년에는 4백57명으로 50%나 증가했다.10 대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아기도 85년 전체 출산아중 7.5%였던 것이 92년에는 13%로 크게 늘었다.
요즘 미국의 10대들에게는 희망과 절망이라는 극단적인 모습이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은 90년대의 10대를 「신인류」라는 말로 표현한다.
80년대말까지만 해도 일본 10대들 사이에서는 기존질서에 반항하고 자신들의 세(勢)를 규합하려는 「나카마(끼리끼리)문화」가 판을 쳤었다.밤이 되면 오토바이에 몸을 실은 청소년 폭주족들이 머리에 타락을 숭배하는 갖가지 글이 적힌 띠 를 두르고 떼를 지어 몰려다녔다.도쿄 하라주쿠 거리에서는 온갖 기괴한 치장을 한 10대들이 옹기종기 모여 음악에 맞춰 격렬한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떼거리」문화는 찾아보기 힘들다.신인류는자신만의 개성을 중시하고 감성도 풍부하다.혼자 쇼핑하고 식사하며 문화생활을 즐기는 10대들이 거리를 누빈다.이를 두고 「유복민(遊僕民)」이라고 부른다.철저하게 「遊(레저 형 스타일)」와 「僕(자기 본위)」을 추구한다는 의미다.그렇지만 이들은 자신의 일에 관해서도 대강대강이 없다.노는 것,일하는 것 모두 최고가 되기를 추구한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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