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ㆍ감독 복장 '유일'하게 똑같은 종목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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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보이’ 박태환이 입은 반신 수영복을 노민상 감독도 입는다면? ‘헤라클레스’ 장미란의 경기복을 오승우 감독도 함께 착용하고 나온다면? 올림픽 메달을 향해 선수와 감독은 혼연일체가 돼야 하지만 유니폼만은 같이 입지 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어색하면서도 낯설지 않을까.

올림픽 야구대표팀의 김경문 감독이 11일 오후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타격훈련을 위해 타자에게 공을 던져주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올림픽 경기 종목 중 유일하게 선수와 감독이 동일한 유니폼을 입는 종목이 있다. 바로 야구다. 이유는 간단하다. 함께 호흡하기 위해서다. 어느 경기나 마찬가지겠지만 야구 감독은 그라운드에 직접 들어가 선수를 교체해야 한다. 투수의 현재 상태가 어떤지, 작전지시를 어떻게 변경해야 하는지 등을 체크해야 한다. 심판의 잘못에 항의하기 위해 그라운드를 밟는 일도 종종 등장한다.

야구 감독은 농구나 축구 감독처럼 정장을 입거나 다른 종목의 감독들처럼 트레이닝복을 입고 경기장에 등장할 수 없다. 다음은 야구 경기 중 일부 규정이다. 경기 중에는 유니폼을 입은 선수와 코치 및 감독, 본거지 구단에서 공인한 보도사진반, 심판원, 제복을 입은 경관 및 본거지 구단의 경비원, 기타 종업원 이외의 사람은 경기장 안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

감독이 유니폼을 입어야 했던 이유는 초창기 미국 메이저리그가 기반을 잡을 당시로 돌아가면 설명이 가능하다. 야구가 태동할 당시 유격수, 1ㆍ2ㆍ3루수, 좌ㆍ우익수, 중견수, 포수, 투수, 감독 등 총 10명의 필수 인원이 충족돼야 했지만 경우에 따라 그 수를 채우지 못했다. 이럴 땐 팀 주장이 감독까지 겸하는 경우가 많아 감독의 유니폼 복장 규정이 따로 없었다고 한다. 감독을 하다가도 교체 선수가 없으면 직접 뛰어나가야 했기 때문.

그래서 감독의 유니폼에도 등번호는 새겨져 있다. 한국의 김경문 감독의 등번호는 두산베어스 감독 때 쓰던 74번을 그대로 달았다. 올림픽에 나서는 야구 대표팀은 프로야구 8개 구단에서 모인 선수들인 만큼 등번호가 겹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누가 감독의 등번호를 빼앗겠나.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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