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해역서 ‘선박 충돌’… 남북관계 새 변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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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 해역에서 12일 남북 선박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 북한이 남한 선박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북한의 향후 조치가 남북 관계의 변수로 등장했다.

이날 오전 2시25분쯤 금강산 관광지구와 인접한 장전항 북동쪽으로 7.9㎞ 떨어진 해역에서 남한 모래운반선인 동이1호(658t)와 소형 북한 어선이 충돌해 북한 선원 2명이 실종됐다.

나머지 북한 선원 2명은 동이1호에 의해 구조됐다. 북한 당국은 동이1호를 장전항으로 입항시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동이1호에는 선원 10명이 타고 있다. 이 선박은 모래를 싣고 북한의 고성 지역을 출발해 이날 오전 7시쯤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거제항으로 이동할 예정이었으나 북한 당국의 조사로 귀환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 북한은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대남 사업체인 조선진영무역회사를 통해 남측 파트너 업체인 아천에 남측 선박이 기관 고장으로 출항이 지연되고 있다고 통보했다. 통일부도 이날 오후 남북 간 설치된 해사 당국 간 전화를 통해 북측에 사고 확인을 요청했으며 북측은 “사실 확인 후 통보하겠다”고 알려 왔다.

2004년 남북이 합의한 해운합의서에 따르면 ‘자기 해역에서 선박 충돌·좌초·전복·화재 때 즉각 상대방에 통보한다’(7조), ‘선원·여객의 신변안전과 무사귀환을 보장한다’(8조)고 돼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합의서에 따라 선박 처리 문제를 놓고 당국 간 접촉에 나서고, 사고 선박을 조기 귀환시킬 경우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경색된 남북 관계에 물꼬가 트이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서해 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발생한 남북 선박의 충돌 때도 사고 하루 만에 조사를 마치고 선박을 내려 보낸 적이 있다.

반면 북한이 조사를 이유로 남측 선박을 장기 억류할 경우 오히려 관계 악화로 치달을 수도 있다. 북한 군부는 최근 금강산 사건 이후 “사소한 적대 행위에도 강한 군사적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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