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구성 약속 뒤집기 이번엔 민주당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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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의총에서는 전날 원 구성에 합의한 원원내대표에 대한 성토 발언이 쏟아졌다. [사진=안성식 기자]

이번엔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가 코너에 몰렸다. 원 원내대표는 11일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만나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한 6개 항의 합의문을 작성했지만 12일 오전 당 의원총회에서 뭇매를 맞았다. 여야 대치 정국에서 너무 쉽게 원 구성에 합의해줬다는 이유다.

의원들은 전날 합의에 대한 불만과 추가 요구들을 직설적으로 쏟아냈다.

“이명박 정부가 국정 장악의 첫 단계로 언론 장악을 기도하고 있다. 국정조사 특위를 원 구성의 전제조건으로 삼았어야 했다.”(장세환 의원)

“대통령과 정부가 의회 제도 자체를 무시하는 상황에서 의원직은 무슨 의미며, 상임위 구성은 무슨 의미가 있나. 국회 차원에서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김성순 의원)

특히 정세균 대표마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은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한나라당이 국민을 속이려고 하면 이를 못하게 할 책무가 야당에 있다. 확실한 입장을 갖고 가야 한다”고 강공을 주문했다.

결국 원 원내대표는 “전략적 판단이 부족했던 데 대해 송구스럽다”며 협상 실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원 원내대표는 국회 밖에서 여러 사안을 놓고 산만하게 투쟁하는 것보다 국회에서 단일화된 전선으로 싸우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당 지도부와 충분히 교감을 나누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결국 원 원내대표가 ▶가축법 개정 보장 ▶언론 국조특위 구성 등의 추가 요구 사항을 들고 나오면서 이날 오후 열린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단 회담은 결렬되고 말았다. 지난달 31일 협상 때 합의문 서명 직전까지 갔다가 청와대의 제동으로 체면을 구겼던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번엔 원 원내대표에게 “하나 내놓으면 또 내놓으라는 게 협상이냐”며 큰소리를 쳤다.

원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가축법 개정과 언론 국정조사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며 양보를 요청했지만 홍 원내대표는 “상식 선에서 서로 주고받는 게 협상이지 이런 식이면 합의서를 써봐야 무슨 소용이냐. 이번에 들어주면 다음엔 특검을 요구할 것 아니냐”고 잘랐다. 이 자리에선 또 선진창조모임이 상임위원장 2석을 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여야는 13일 오전 다시 만나 회담을 하기로 했으나 협상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나라당 김정권 대변인은 “바위를 피하니까 태산이 나온다”며 야당을 비난했다. 이대로라면 당초 합의했던 ▶14일 국회법 개정안 의결 ▶19일 상임위원장 선출 등의 일정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글=임장혁·정강현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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