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기춘, 갈비뼈 부러진 채 싸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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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값진 은메달을 따낸 남자 유도 73㎏급의 왕기춘(20·용인대·사진)은 올해 안엔 매트에 오를 수 없다. 갈비뼈가 부러져 치료와 재활에 최소한 6개월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유도 경기가 열리는 베이징과학기술대학교 체육관을 찾아 남자 81㎏급의 김재범(23·마사회)을 응원한 왕기춘은 “오늘 선수촌 내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는데 왼쪽 10번 갈비뼈 연골과 뼛조각이 함께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지금 몸을 좌우로 심하게 움직이기 어려운 정도”라고 진단 결과를 설명했다.

한국 선수단 주치의인 박진영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다행히 수술은 필요 없지만 6주 정도 고정하는 기간이 필요하고 재활에 3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며 “정상적으로 운동하려면 6개월 정도 지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왕기춘은 전날 레안드루 길례이루(브라질)와의 8강 경기 중 상대 선수의 팔꿈치에 왼쪽 옆구리를 맞아 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갈비뼈가 부러진 상황에서도 투혼을 발휘하며 준결승 승리 뒤 결승에서 덜미를 잡혀 은메달을 따냈다.

박 교수는 “어제도 다친 뒤 응급조치를 하긴 했지만 본인이 경기를 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준결승에서 이길 수 있었다. 뼛조각이 폐를 찔러 구멍이 뚫리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왕기춘은 주위에서 “국내에서 중계방송을 시청한 국민이 매우 감동했다”고 위로하자 목이 메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간신히 입을 연 왕기춘은 “그렇게 허무하게 져서…”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왕기춘은 12일 SBS 방송과 인터뷰를 하던 도중 아버지 왕태연(50)씨를 만나 다시 한번 눈물을 흘렸다. 왕기춘은 “가족들이 나만 바라보며 살았는데 부모님께 미안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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