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미국의 풍수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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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중사회에 깊이 뿌리박기 시작한 것은 오래 됐지만 아직도 미국사회에서 동양에 그 뿌리를 둔 안마사.침술사.약초사.지압술사등은 정식 의료인 대접을 받지 못하는 「비(非)통상적 치료사」로 간주돼 왔다.하지만 최근 몇년새 그 치료술의 효험이 널리 인정받으면서 미국의 국립보건연구원(NIH)에는 그들의 치료법을과학적 방법으로 검토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의회로부터 수백만달러의 예산을 승인받아 연구중인 보건연구원 평가는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의 료계에선 이같은 동서(東西)의술의 접합을 「베를린 장벽의 붕괴에 비견할 만한 일」로 치부하고 있다.
비단 의술 뿐만이 아니다.학술부문에서는 동양학이 붐을 이루고있으며 문화예술의 모든 분야에서 「동양」은 하나의 교과서로 각광받기에 이르렀다.지난해10월 유엔창설 50주년을 맞아 뉴욕 콜로세움에서 열렸던 「뉴욕 홀 라이프 엑스포」가 좋은 예다.이행사는 기존문화에 맞서는 이른바 「뉴 에이지 문화운동」의 일환이었고,여기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것이 동양의 침술을 비롯한 자연치료법과 기공(氣功).풍수.장생술 등이었다.동양과 관련된 학문과 예술이 조만간 미국사회에 큰 변화를 안겨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아직도 동양의 건강법이나 치료술,혹은 풍수 따위를 과학적 근거가 없는 단순한 신비성으로만간주한다.「좋다니 한번쯤 믿어 보자」는 식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겨 뒤따르는 사람들은 폭발적으로 급증하고 있으니 알다가도모를 일이다.
그 가운데서도 풍수에 대한 미국인의 관심은 나날이 높아가고 있다 한다.우리나라에서도 아직 풍수설을 일종의 미신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남아있지만 엄밀히 말해 풍수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현대 지리학의 관심분야와 다르지 않다.다만 풍수를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소위 「반(半)풍수」들이 설치게 되면 학문으로서의 풍수에 먹칠을 하게 될 뿐더러 미신에 불과하다는 인식만을 심어주게 된다.
최근 미국인들이 풍수를 주거생활의 「규범」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는 워싱턴 포스트지의 보도가 흥미를 끌기는 하지만 저러다가반풍수를 양산하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한다.차라리 우리의 풍수전문가들을 수입해가면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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