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강원도 정선 어라연계곡 백패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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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칠목령을 오르는 산길에는 세월의 흐름을 전해주는 낙엽만 수북히 쌓여있을뿐 우마차가 다녔다는 길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그길을 40여분정도 오르면 왼편으로 다섯차례나 굽이굽이 휘돌며 흘러내리는 어라연(강원도영월군영월읍)의 빼어난샤 절경이 한눈에들어온다.
어라연은 정선 조양강이 영월 동강으로 흘러드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다.
오대산.노추산등 백두대간에서 흘러내린 물이 구절리의 아우라지에서 합쳐진 후 정선을 지나면서 드디어 강(조양강)의 모습을 나타낸다.조양강은 동강으로 이어지고 평창에서 흘러온 서강과 영월에서 만나 충주를 거치면서 남한강을 이룬 다음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합쳐져 서해로 빠져나간다.
어라연은 아직도 차가 들어가지 못할만큼 심산유곡이다.그만큼 맑고 깨끗한 여울과 소가 즐비해 동강에선 첫손으로 꼽히는 절경지다.이렇게 빼어난 비경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베낭메고 걷는 패킹이나 래프팅을 해야 한다.어라연은 50년전 떼꾼 들이 물을 이용해 강원도 임계나 정선에서 한강나루까지 뗏목을 운반했던 물길로 주변의 풍광이 뛰어나 지금도 한탄강과 함께 「래프팅의 메카」로 사랑받고 있다.
어라연의 백패킹은 제장리(정선군신동읍)의 유일한 민박집인 소골상회(0373-78-0838)에서 시작된다.강변을 따라 걷는이곳의 백패킹은 물을 다섯번이나 건너는 것을 피하기 위해 칠목령을 넘게 된다.
잡목이 우거진 바윗길을 오르다 보면 여기저기 피어있는 노란 산수유가 칠목령의 봄을 전해준다.정상너머로 내려가는 길은 7부능선에 폭이 한뼘밖에 안될 정도로 좁아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아래는 2백여의 낭떠러지여서 20여 정도의 보조자 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칠목령을 넘는데 약 1시간30분 소요된다.맑고 깨끗한 물이 동행하는 길가에는 중간 중간 자갈마당과 모래톱이 나온다.발에 땀이 날 정도가 될 즈음 등산화를 벗고 조그마한 개울을 건너야 한다.그런가 하면 물이 불어 길이 끊긴 곳은 바위를 타고넘어야 하는등 자칫 단조로워지기 쉬운 백패킹에 아기자기한 재미를 더해 준다.백패킹은 시내버스가 들어오는 거운리(영월군영월읍)에서 끝나는데 총 소요시간은 5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제장리에서 거운리까지의 백패킹 코스에는 지난해 여름 홍수로오대산이나 정선지방에서 쓸려내려온 온갖 잡동사니가 아직까지 널려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그러나 5년뒤 영월댐이 완공되면 어라연이 물에 잠기게 돼 그 아름다운 풍광을 앞으로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교통편 ▶서울~예미역=태백선 매일 오전10시(도착 오후1시39분),낮12시(〃 오후3시54분),오후10시(〃 오전1시56분)출발,편도 4천9백원▶신동읍~제장리=하루 1회 오전8시30분 마을버스 운행.30분 소요.편도요금 1천2백원▶거운리 ~영월읍=오후4시30분 출발.편도요금 6백원.
영월=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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