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토착어류 수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민물고기는 약8천3백종이다.우리나라엔 1백70여종 민물고기가 서식하고 있으며,남한에 1백50여종이 살고있다.우리나라 강 가운데 민물고기가 가장 많이 사는 강은 한강이다.압록강에 72종이 서식하는데 비해 한강엔 84종이 사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특히 한국 특산어(特産魚) 41종 가운데 11종이 한강에 서식한다.열목어.황쏘가리.어름치.쉬리 등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으며 모습이 아름다워 관상용(觀賞用)으로 인기가 높다.또 서해 바닷물이 뚝섬 까지 올라와 짠물과 민물 양쪽에 사는 웅어.싱어.가막조개 등도 번식했다.
60년대말 이후 한강 수질이 나빠지면서 민물고기가 자취를 감추거나 멸종하는 위기를 맞았다.난지도 갈대밭에 살던 웅어가 사라지고,마포의 명물이던 가막조개도 멸종했다.조선시대 나랏님께 진상되던 요매기도 기록에만 남아 있다.특히 안양천 이 흘러드는서울 강서구 염창동 아래는 물고기가 아예 살 수 없는 4급수로변한지 오래다.
한강 물고기를 멸종위기로 몰고가는 또 다른 요인은 소위 귀화어류(歸化魚類)의 급속한 번식이다.비단 한강 뿐만 아니라 전국강.하천.호수 거의 모두에 해당하는 공통 현상이다.지금까지 조사된 귀화 민물고기는 24종.그중에서도 배스.이 스라엘잉어.블루길.떡붕어.초어.무지개송어 등의 번식이 두드러진다.배스.블루길.떡붕어는 어식성(魚食性) 어종으로 블루길은 치어(稚魚),떡붕어는 알을 잡아먹으며,특히 「민물의 상어」 배스는 성숙어까지마구 잡아먹음으로써 토착어종의 씨를 말리고 있다.뿐만 아니라 토착어종과의 교미로 잡종 물고기가 태어남으로써 민물고기의 혈통을 어지럽히고 있다.
귀화어류가 수입된 것은 65년부터.특히 70년대 들어 농어촌소득증대 정책에 따라 대거 수입됐다.그로부터 불과 20년이 지난 오늘 토착어 멸종을 걱정하기에 이른 것이다.최근 환경부는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한강 8곳에서 그물 로 잡아올린 물고기 2천5백여마리를 분류한 결과 귀화어류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밝혔다.국립수산진흥원도 지난 2월 「토착어종 유전자은행」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머지않아 우리나라 물고기는 과학관에나 가야 볼 수 있고,우리강과 하천에서 외국 물고기가 주인행세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