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달만에 1030원대 복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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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원-달러 환율도 한 달여 만에 1030원대로 복귀했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037원까지 오르다 외환당국이 달러 물량을 풀면서 1031원에 마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거래가 이뤄진 사흘 연속 상승하며 19.4원이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초 이후 정부가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한동안 1010원대를 유지했으나 이달 들어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1030원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달 8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지난달 100억 달러가량의 외환보유액을 쏟아부었던 환율 당국의 시장 개입 효과도 상당 부분 희석됐다.

◇왜 오르나=최근 환율 상승은 전 세계적인 달러 강세에서 비롯됐다. 그간 유로화와 엔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던 달러가 지난주 강세로 전환되면서 달러 수요가 늘고 있다.

달러에 대한 유로 환율은 지난 주말 8년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하더니 이날 유로당 1.5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 경제가 좋아져서라기보다 유럽과 일본 경제가 불안한 조짐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유로화와 엔화 대신 달러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국제적인 달러화 강세는 서울 환율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우리은행 권오현 외환딜러는 “싱가포르 등 역외에서 외국계 은행 등의 달러 매수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매도가 이어진 것도 환율을 끌어올리는 원인이 됐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122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게다가 최근 당국의 개입 의지가 눈에 띄게 약해진 것도 환율 급등을 부추겼다.

특히 지난 주말이 고비였다는 게 외환시장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 관계자는 “지난 주말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자 당국은 달러 매물을 상당량 풀며 차단에 나섰다”며 “하지만 막상 계약이 체결되려 하자 물량을 거둬들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100억 달러 이상 줄었다는 발표 이후 당국이 부쩍 시장 개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입 효과 반감=이날도 외환당국은 구두 개입에 나섰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정부는 지나치게 빠른 환율 속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선 10억 달러가량의 물량 개입도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개입의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달러 강세가 시장의 ‘쏠림’이나 원화의 ‘나홀로 약세’가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이어서 당국의 개입이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환율을 낮추려다간 예전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며 “시장 수급에 따른 상승이라면 무리하게 막기보다는 급등락을 완화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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