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북한 해상도발 두둔하는 국방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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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 경비정 2척이 19일 서해 연평도 부근 북방한계선을 「넘어온」 사태에 대한 정부의 반응은 자못 의아스럽다.사태발생 발표에서부터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사태설명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그렇다.
총선 직전 북한군의 연 사흘에 걸친 판문점 무력시위 당시 마치 중계방송하듯 사태진전을 알려주며 요란을 떨던 국방부가 이번서해사태는 발생 20여시간이 지난 다음날 오전10시30분에야 공개했다.상황이 종료(19일 오후3시)된 뒤 합 참에 보고하고유엔사와 발표문제등을 협조하다가 밤이 됐기 때문에 아예 미뤘다는 것이다.상황설명도 그렇다.군 관계자는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을 「침범했다」는 표현을 굳이 피하고 그냥 「넘어왔다」고 했다. 또 「넘어 온게」 요즘 날씨가 좋아 기동훈련을 하다가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해상에선 육지와 달리 표식이 없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도 했다.월선행위가1시간30분여동안 계속됐고 고속정.경비정등 우리 해군 함정 9척이 긴급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는데도 그저 「우발적」 사태라는것이다.이어 북방한계선은 육상의 군사분계선과 달리 정전협정에 따라 규정된게 아니며,유엔군사령부가 임의로 규정한 것이기 때문에 북한의 이번 월선이 정전협정 위반행위 는 아니라는 「변호」도 했다.이밖에 앞서의 판문점 무력시위와는 달리 대낮에 이뤄진점도 군사도발이라고 하기가 어렵다는 식이었다.국방부뿐 아니라 통일원등 안보관련 부서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것들은 판문점 무력시위에 이어 서해 5도에서의 무력도발가능성이 높다며 목청을 돋우던 얼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도대체 이해가 안가는 점이 한둘이 아니다.북한이 지난 4일의 비무장지대 불인정 선언을 철회한 것도 아니고 대 남 위협을 중단하기는커녕 「남조선의 도발 책동을 짓부수기 위해 학생들의 군입대를 선동하고 이들의 군입대 환송식을 갖는」 평양이다.
결국 지난 16일의 한.미 양국정상이 북한에 공동제의한 4자회담에서 이유를 찾아야 할 듯하지만 그래도 역시 찝찔한 감은 어쩔수 없다.4자회담 제의 직후 정부 고위당국자등이 『북한이 무력시위를 재개한다면 4자회담에 대한 거부 의미로 받아들일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번 도발을 「도발」로 해석,대응할 경우 유화국면의 판을 먼저 깨는게 된다고 걱정했던 것인가.북한의망나니 버릇에는 우리의 책임도 상당히 있는게 아닌가 싶다.
김민석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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