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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낚시탐사>下.타히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태평양에 좁쌀처럼 조그맣게 떠있는 통가를 거쳐나와 서울의 1.5배쯤 되는 타히티에 도착하자 짙은 남태평양의 꽃향기가 코를찔렀다. 타히티의 본섬은 크다는 뜻인 누이섬과 작다는 뜻인 이티섬,두개의 섬으로 돼있다.
누이섬에서는 빌피시낚기대회가 열리고 있었다.빌피시란 「주둥이가 뾰족한 고기」의 통칭으로 우리나라에는 학꽁치와 같이 조그마한 것들만 살고 있으나 타히티 앞바다에는 3백㎏ 전후의 블루말린과 블랙말린,그리고 1백㎏ 전후의 세일피시등이 다양하게 살고있다. 앤서니 퀸이 주연한 『노인과 바다』의 영상화면에 나오는고기가 바로 블루말린이다.
대회 현장에서 미국 플로리다 출신 매켈 보주가 선장인 테히티레레 트롤링선에 승선했다.대회는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팔당이나 청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터보트나 서해안에서 어로작업을 하는 어선들은 고작 1백마력 전후의 엔진을 달고 있는데 비해 낚시대회에 참가한 트롤링선들은 1천마력 전후의 강력한엔진을 달았다.배의 규모도 대개는 2층에서 3층 으로 사다리로연결해 놓았다.
「블루말린의 전사(戰士)」라 해야 옳을 낚시인들과 선장.조수들을 합해 3백여명의 조사들이 한꺼번에 40여척의 거대한 트롤링선을 타고 새벽 여명의 바다를 가르며 태평양 한복판으로 나가는 모습이 흡사 현대판 바이킹을 연상케 했다.모든 배에는 무전기가 설치돼 있고,이 무전기는 항구에 있는 대회본부와 연결돼 있어 어떤 배에서 어떤 고기를 낚는지 생생하게 생중계되고 있었다. 1층과 2층에 6개의 거대한 낚싯대를 설치해 놓은 우리 배에 드디어 오후2시쯤 한 마리가 걸렸다.순간 물 속을 휘저어대고,때로는 물 위로 솟구치면서 낚인 고기와 낚는 낚시인이 미친 듯이 몸부림을 쳤다.무려 한시간에 걸친 사투 끝 에 뱃전으로 끌어올린 고기는 80㎏쯤 되는 블루말린이었다.
펄떡일 때마다 청색 바탕의 은빛비늘이 햇살에 번뜩였다.매켈보주는 계측한후 다시 바다로 놓아주었다.
이날 최대어는 1백30㎏짜리 블루말린으로 역시 미국 출신의 낚시인들이 차지했다.타히티관광청((02)448-5644).
송우(낚시전문가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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