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혁 갈등 새 잣대 정연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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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당연한 수순’이란 입장이다. “두 아들 모두 이중국적에 군 면제자이면서 다른 사람 아들의 병역 문제를 ‘신의 아들’이라고 비판한 이중적 개인사”(차명진 대변인), “정치세력이 개인을 비호함으로써 국민의 방송으로 되돌려 줘야 하는 KBS를 가로막고 서 있는 형국”(조윤선 대변인), “만시지탄이나 사필귀정”(윤상현 대변인)이라며 세 명의 대변인 모두 앞다퉈 입장을 밝혔다. 정통보수를 자처하는 자유선진당도 가세했다. 대법관 출신인 이회창 선진당 총재는 10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KBS 사장의 자리는 아무도 해임을 할 수 없는 신이 내린 자리가 아니다. 임명직종에서 임명만 할 수 있을 뿐 해임할 수 없는 자리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 등 야 3당은 KBS 사장 해임건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10일 “야 3당이 공조해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원 구성 문제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유재천 KBS 이사장과 해임안 가결에 참여한 6명의 어용 이사 사퇴를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청와대와 KBS 앞에서 3당 대표 릴레이 시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이 이처럼 KBS 사장 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은 KBS가 그동안 진보논리의 확대 생산처로 기능해 왔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3년 정 사장 취임 후 KBS는 ▶2004년 탄핵 당일 10여 시간의 관련 방송 ▶주로 보수매체를 비판해 온 미디어 포커스 ▶송두율 특집 다큐멘터리 등을 제작해 편파 방송 시비를 일으켰다. ‘쇠고기 정국’을 거치면서 방송의 파급력을 새삼 실감한 이유도 작용했다.

급기야 정치권에선 정 사장 해임에 대한 법리 논쟁까지 벌어졌다. 변호사 출신인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10일 ▶임명한 사람이 해임할 수 있다는 것이 상식이고 ▶임명과 임면은 법률적으로 혼용되며 ▶공사 업무를 총괄하고 경영 성과를 책임진다는 내용의 방송법 51조를 들어 “대통령에게 KBS 사장 해임 권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장은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방송법 50조)는 조항을 들어 “임명권만 있을 뿐 해임할 수 없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한 대응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2004년 한나라당이 국가기간방송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대통령에게 사실상 해임권을 갖게 하려고 왜 그리 애를 썼는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게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맞받았다.  

글=권호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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