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는] 3. 국정운영 상생(相生)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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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후 '상생'은 한국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 화두는 역설적으로 탄핵 소추라는 상극(相剋)을 당한 노무현 대통령이 먼저 꺼냈다. 그는 지난 11일 선거 후에 대해 "통합의 정치, 상생의 정치가 시도되고 결국 성공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국회의 맏형이 된 열린우리당은 지금 상생을 강조한다. 야당도 화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다짐들에도 불구하고 상생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상생이란 '갈등의 화합적 해소'인데 갈등이 워낙 다양하고 깊기 때문이다. 4.15 총선은 이를 다시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제사상의 홍동백서(紅東白西)처럼 지역주의는 청동황서(靑東黃西)를 만들어 놓았다. 세대갈등은 더 깊어졌다. 효순.미선양 사건, 친미.반미, 대북정책, '노무현 대선 후보' 등을 놓고 각을 세워온 노소(老少)앞에 노인 폄하 발언까지 등장했다. 민주노동당의 성공으로 보혁 갈등은 국회라는 새 전장(戰場)을 얻었다. 지역.세대.이념 갈등보다 심각한 것은 계층 갈등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도시 가구의 10%가 '절대 빈곤'이다. 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외환위기 전인 1996년까지만 해도 이 비율은 5%대였다.

한국 사회의 상생 능력은 곧 첫 시험을 치를 것이다. 17대 국회에는 갈등 리스트가 기다리고 있다. 국가보안법, 부유세, 친일행위 단죄법, 이라크 파병, 탄핵 소추 책임론 등등.

모두가 상생을 외치지만 "상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는 "진보세력은 그동안 보수세력의 기반을 약화시키려 전력을 다했다. 이제 그들이 의회 과반이란 전과를 얻었는데 왜 권력을 나누는 상생으로 가겠는가"라고 진단했다. 서울대 정치학과 장달중 교수는 "한국은 북유럽식 합의제(consensualism)보다 영미식 다수결주의(majoritarianism)에 익숙해 과반수당이 숫자로 밀어붙이는 유혹에 빠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은 "여야.노사 등 갈등의 주체 사이에서 대통령이 상생의 중재자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별취재팀=김진 정치전문기자, 고현곤 경제부 차장, 남윤호 정책기획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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