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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중견기업] 옷 만들기 100개 공정 자동화 사양산업‘봉제공장’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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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국내에서 300명 이상 근무하는 대형 봉제공장이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외환위기를 전후해 대부분 인건비가 싼 중국과 동남아 국가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산에서 35년째 대형 봉제공장을 운영하면서 패션산업 외길을 걷고 있는 곳이 있다. ‘옷값의 거품을 뺐다’란 광고 카피로 유명한 파크랜드가 그 주인공이다. 파크랜드는 아직도 생산인력만 1600여 명인 5개의 대형 봉제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 곽국민(57) 대표는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와 임금 격차가 8~10배에 달하지만 국내 공장의 제품 설계 능력과 근로자의 숙련도가 높아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공장 내 모든 공정을 자동화해 생산성을 극대화한 것이 국내에서 봉제공장의 맥을 잇고 있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양복 상의 한 벌을 만들려면 보통 100여 개의 공정이 필요하다. 곽 대표는 “100여 개의 모든 공정을 자체 설계한 기계로 대체할 수 있다”며 “품질 검사 등만 사람이 하고 나머진 기계가 처리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장 자동화는 원가 절감뿐 아니라 품질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요즘 파크랜드는 ‘혁신 SMART-180’ 운동을 벌이며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혁신 SMART-180’은 모든 것을 180도로 확 바꾸자는 뜻이다. 곽 대표는 “공장 자동화와 파크랜드의 뒤를 있는 새로운 브랜드를 성공시켜 패션전문 기업으로 명성을 쌓아가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1988년부터 ‘파크랜드’라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내세웠다. 당시만 해도 중견기업이 수출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탈피해 국내 시장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앞세우는 것은 모험이었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서는 막대한 광고비와 전국의 판매망이 필요하지만 중견기업이 이를 감당하기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크랜드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 한 해 50억원이 넘는 광고비를 쓰고 전국에 470여 개의 판매망을 구축했다. 그 결과 파크랜드는 남성복 시장에서 독자 브랜드를 출시한 지 1년 만에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그 후부터는 성장이 정체돼 제자리 걸음을 했다. 2000년 초 3000억원대로 올라선 매출이 수년째 그대로다. 의류업계에서 단일 브랜드로 최대 매출을 기록 중인 빈폴(제일모직·4200억원)과는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곽 대표는 “파크랜드라는 브랜드가 걸림돌이 됐다”며 “중저가 브랜드라는 인식이 워낙 강해 성장이 정체됐고 매출은 3000억원 대를 맴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새롭게 도입한 것이 다품종 소량생산을 위한 공장의 자동화다. 공장 내 모든 공정을 자동화해 급변하는 시장 변화에 발맞춰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또 다양한 브랜드 전략을 쓰고 있다. 젊은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제이하스’ ‘프렐린’ ‘보스트로’ 같은 브랜드를 잇따라 출시했다. 이들 제품은 기존 제품과 차별화해 신세대 비즈니스맨을 위한 세련된 선과 깔끔한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올가을부터는 영국 남성 정장 ‘오스틴 리드’를 수입 판매한다. 곽 대표는 “최고 품질의 옷을 실속 있는 가격에 제공한다는 정책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며 “오스틴 리드도 한 벌에 30만~40만원 선에 내놔 수입 정장 시장에서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부산=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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