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유럽 ‘세계 3대 경제권’ 동시에 비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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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일본 경제가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다. 미국발 경기 둔화 여파로 유럽과 일본의 수출이 급감하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제가 급속히 침체되고 있다. 8일 뉴욕 타임스는 유럽·일본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크게 부진할 것이라며 미국을 포함해 ‘세계 3대 경제권’이 동시에 비틀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일본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퍼지면서 미국 달러화가 유로화와 엔화에 대해 강세로 돌아섰다. 그간 미국 경제의 악재는 상당 부분 드러나 환율에 반영됐지만 일본·유럽의 위기는 이제부터라는 것이다.

유럽 경제의 침체 조짐은 ‘기관차’ 독일에서부터 감지된다. 세계 최대 수출국인 독일의 산업 수주는 7개월째 내림세다. 최근 발표된 6월 산업 수주는 1년 전에 비해 8.4% 감소했고 전달에 비해서도 2.9% 떨어졌다. 특히 미국 경기 둔화 여파로 수출 부문의 수주액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이탈리아도 최근 2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0.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소비 위축도 뚜렷하다. 5일 유럽연합(EU)에 따르면 6월 유로권의 소매 판매액은 전달에 비해 0.6% 감소했다. 영국의 컨설팅사인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조너선 로인스 선임연구원은 “세계 주요 경제권 중 유럽이 경기 침체에 빠지는 첫 케이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출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고통을 겪는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블룸버그통신은 8일 전문가들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일본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0.6%(전분기 대비)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분기에는 1% 성장했다. 2분기 일본의 수출도 2.4% 줄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표적 수출기업인 도요타자동차는 5년 만에 순이익이 줄었다.

일본 정부가 최근 발간한 경제 보고서에는 ‘경기 회복’이란 단어가 5년 만에 사라졌다. 대신 ‘경기 약화’란 표현이 새로 들어갔다.

내각부의 니시자키 후미히라 거시경제국장은 “일본이 이미 침체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후쿠다 야스오 총리도 지난주 재무장관을 교체하며 본격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유럽과 일본이 흔들리자 투자자들은 유로화와 엔화를 팔고, 미국 달러화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8일 달러-유로 환율은 유로당 1.5005 달러로 달러 가치가 이달 들어서만 3.6% 올랐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10.2엔으로 마감했다. 달러 가치가 일주일 새 2.6% 상승하는 강세를 보였다.

이처럼 달러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7년간 이어져 온 달러 약세가 끝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BNP 파리바의 외환전략가인 이언 스탠너드는 “미국 경제의 침체에 쏠렸던 금융시장의 우려가 이제는 유럽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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