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法 밖의 공무원 노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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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우 사회부 기자

전국목민노동조합총연맹(전목련)이 20일 출범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련)에 이은 세번째 '법외(法外)' 공무원 노조다. 목민(牧民)은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서 따왔다.

전목련의 조합원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6급 이하 공무원 2만여명이다. 출범식에서 전목련은 민간 노동단체와 연계하지 않고 독자적인 노선을 걷겠다며 다른 공무원 노조와의 차별화를 선언했다. 공직사회 개혁과 공무원의 권익 향상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정치적 소신을 갖는 것은 기본적 인권의 하나로 마땅히 보장받아야 한다. 처우 개선에 관심을 갖는 것도 당연하다.

관료주의의 병폐를 척결하려는 대의명분도 환영받을 대목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도 공무원 노조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제3의 공무원 노조 출범을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엄정하게 법을 준수하고 집행해야 하는 공무원들이 앞장서서 법을 어기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공무원의 노조 결성은 불법이며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지난 총선에선 전공노가 민주노동당 지지를 선언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았다.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와 사법처리가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목련은 총선이 끝나기 무섭게 노조를 출범시켰다. 앞으로 전개될 공무원 노조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계산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 노조 활동은 법이 제정된 뒤에 그 테두리 안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미 정부와 여당은 올해 안에 관련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공무원 노조의 활동범위 등 합리적인 틀을 마련하고 거기에 따라 조직화에 나서도 늦지 않을 것이다.

공무원마저 법을 우습게 알고 있으니 '불법'이라고 규정된 집회가 버젓이 열리고, 공권력을 깔보는 행태가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공무원들은 명심해야 한다.

김상우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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