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반전 노리는 MB ‘불도저 리더십’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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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 17면

이번 주 나라 안팎의 최대 이벤트는 올림픽과 건국 60주년 기념식이다. 이 둘을 가장 애타게 기다렸던 사람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다. 정국 반전의 계기를 끊임없이 모색해온 그로서는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된 셈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 잇따른 악재와 실책에 신음했다. 쇠고기 파문과 촛불집회는 채 정비되지 않은 이명박 정권에 치명타를 가했다. 국정지지율은 10%대까지 떨어졌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위기의 목소리가 여권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이벤트는 정국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훌륭한 모멘텀을 제공해 주기에 충분했다. 올림픽을 통해 하나 된 국민 정서를 발판 삼고 8·15를 계기 삼아 ‘이명박 2기 정부’를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심산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 것”이라며 “비상한 각오로 전열을 가다듬고 일관되게 정국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전면에 내세우는 카드는 ‘법과 원칙’이다. 건국 60주년 경축사의 주된 키워드도 법과 원칙으로 정했다. 이미 경찰은 촛불시위 때 경적을 울린 시민까지 잡아들이며 공권력 바로 세우기에 나섰다. MB 특유의 ‘불도저’ 스타일이 유감없이 드러나는 요즘이다.

이 같은 강공 드라이브가 제대로 먹힐지는 미지수다.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난제도 수두룩하다. 당장 야당의 거센 공세를 헤쳐나가야 한다. 야당은 인사청문회 없이 장관 임명을 강행한 청와대를 연일 맹비난하고 있다. 여기에 KBS 사태까지 겹치면서 정치권의 얽힌 실타래는 계속 꼬여만 가고 있다. 대북 특사 해프닝과 원 구성 협상에서 나타난 당·청 간 엇박자도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긴 했지만 언제 또 터질지 모를 휴화산이다. 공기업 선진화 방안 등 각종 정책에 대한 저항도 만만찮다.

청와대는 강경 기류다. 무리해서라도 정국의 주도권을 쥐면 경제도 안정시키면서 선순환 구조로 갈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부분이 하나 있다. 밀어붙이기식 정국 운영에 대한 피로감과 식상함이다. 지금 국민이 바라는 대통령상은 마음을 비우고, 겸손하게 자기를 낮추며, 널리 포용하는 지도자의 모습이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추동력은 국민의 폭넓은 지지와 성원을 자양분 삼아야지 강공 드라이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MB의 ‘불도저 프렌들리’는 또 다른 파열음만 낼 뿐이다.



▶이번 주
●11일 국회 쇠고기 국정조사특위, 전체회의 열고 총리실 등 기관보고 ●11일 정부, 공기업 선진화 방안 제1단계 조치 발표 ●12일 이 대통령·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첫 정례 오찬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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