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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전화기 수집-채창운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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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자투리 시간을 유용하게 쓰려는 사람에겐 수집취미 이상 가는게 없을 거예요.』모으기에 관한한 광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채창운(蔡昌云.49.신문총판업)씨는 수집 예찬론부터 털어놓기 바쁘다.
이런 그인 만큼 수집품목 또한 다양하기 그지없다.
30년간 항목별로 분류해 스크랩한 1백50권이나 되는 신문기사,전국을 돌며 채취한 수석 1천여점,산에 갈 때마다 사모은 등산배지 1백50여개,유명 정치인과 그룹 총수의 연하장(직접 받은건 물론 아니다)1백여장,18개국의 각종 전화 기 3백50여개,옛날돈 수십가지 등이 그의 수집 리스트.
이 가운데서도 가장 애지중지하는 것은 20년전부터 모으기 시작한 전화기.1백17년이나 된 에펠탑 모양의 미국 전화기부터 이제는 사라진 우리나라 노랑색 공중전화기에 이르기까지 세평 남짓한 골방을 빼곡이 채우고 있다.
그가 전화기에 빠져든 데는 무엇이든 한번 보면 따라할 수 있는 눈썰미와 손기술도 큰 몫을 했다.
『전남해남에서 태어나 12세때 서울에 올라왔어요.서른 살쯤 되니까 취미를 가져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마침 신문배달하는 후배들이 서울황학동 벼룩시장에 희한한 전화기가 꽤 있다고 연락해 주더군요.그때부터 돈과 시간이 전화기에 투자됐 죠.』 수집초기에는 헐값에다 물건도 많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어려워졌다.카페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인테리어용으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
사는 것이 여의치 않자 직접 만들기를 시도했다.퇴근후 오후8시부터 골방에 처박혀 자정을 넘겨가며 이런저런 전화기들을 만들었다.그가 직접 만든 것만도 50개나 된다.덕분에 그토록 좋아하던 술을 20년간 한방울도 안마셨다고.
『한번은 충남천안에 사는 누군가가 오래된 스웨덴 전화기를 갖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어요.1백만원쯤 준비해 갔는데 터무니 없는 값을 부르는 통에 그냥 와버렸는데 지금도 아쉬워요.또 지난해에는 임진강으로 떠내려온 북한 전화기가 벼룩시장 에 나왔다는연락이 왔어요.부랴부랴 경찰서에 법적하자 여부를 확인하고 그 곳으로 갔죠.그새 누가 사가버렸더군요.쉬운 일이 아니예요.』 올해는 러시아로 전화기수집 여행을 계획한다는 그이지만 『요즘 유행하는 휴대폰은 체질상 싫다』고 한사코 거부할 정도로 골동파.『전화기 전시회를 한번 열고 싶지만 전시장 대관료가 비싸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한다.

<수집 요령> 1.전화기는 제작연도를 확인한 후 구입한다(제작된지 40~50년은 된 것이라야 수집가치가 있다).
2.초보자의 경우 서울 황학동 벼룩시장 같은 곳을 이용한다.
3.골동 전화기는 고장이 났더라도 부속을 갈지말고 그대로 두어야 가치가 보존된다.
4.습기가 적은 곳에 보관한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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